[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대규모 소송에 나서기로 하자 흡연자-비흡연자간 장외전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비흡연자들은 공단이 나서 담배회사를 상대로 흡연 피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동조하는 반면, 흡연자들은 담배소송으로 혹여 담뱃값이 오르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비흡연자 이소희(33) 씨는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담배에 지나치게 관대했다"며 공단의 담배소송을 적극 지지했다. 이 씨는 "담배로 인해 흡연자는 물론 비흡연자의 건강도 위협받고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엄청난데 담뱃갑 경고그림 등 관련 규제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상황"이라면서 "국민 건강을 위한 소송이니 꼭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장인 김 모(39) 씨는 담배회사의 책임을 강조했다. 김 씨는 "흡연자들은 담배 한 갑을 살 때마다 부담금을 내는데 담배회사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면서 "담배회사들이 그동안 국민 건강을 담보로 번 돈이 얼만데 이에 합당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15년간 담배를 피우다 3년 전 금연에 성공했다는 정수길(48) 씨는 "흡연으로 인해 공단의 진료비 손실이 나고 있는 상황에서 담배소송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흡연자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고 간접흡연으로 인한 고통에 대한 사회적 비용을 청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흡연자들은 담뱃값 인상이라는 불똥만 튀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입을 모았다.
자영업을 하고 있는 황광민(57) 씨는 "흡연 관련 규제가 점점 늘어나 흡연자들이 설 땅이 줄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이미 미국 등에서 유사한 소송이 진행돼 담배회사가 거액을 변상했다고 알고 있다. 이런 추세에 미뤄볼 때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생각한다"며 "담뱃값이나 오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영민(35) 씨도 "흡연자들은 담뱃값 인상이나 금연구역 확대 아니면 크게 관심 없다"면서 "담배소송으로 담배회사들의 수익금을 환원해 흡연자들의 금연 치료비용이 덜어진다면 환영할 일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회사에서만 담배를 피운다는 한 모(41) 씨는 "담배회사들이 담배소송을 핑계로 담뱃값을 올리거나 정부에서 세수를 더 걷기 위한 담뱃세 인상을 할까 걱정된다"며 "담배소송이 공단과 담배회사, 관련 단체의 갈등 양상으로 번지는 쓸데없는 소모전이 없었으면 한다"고 했다.
한편 건보공단은 지난달 24일 제1차 임시 이사회를 열고 '흡연피해 손해배상청구 소송 제기안'을 통과시켰다. 국내외 담배회사를 상대로 흡연으로 새어나가는 진료비를 돌려달라는 담배소송을 추진하기로 한 것. 담배 소송의 대상과 규모, 제소 시기는 모두 김종대 이사장에게 위임됐다.
건보공단은 이를 위해 흡연과 각종 질환의 인과관계를 입증해주는 공단의 빅데이터, 국립암센터의 암환자 등록자료, 흡연력을 확인할 수 있는 한국인 암예방연구자료를 연계해 소송 규모를 검토 중이다. 빠르면 이달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세포암(폐암)과 편평세포암(후두암)의 진료비 가운데 공단 부담금을 환수하기 위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2010년도분으로 한정해도 이들 질환에 대한 소송액은 600억원에 달한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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