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시가총액 810억유로,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120조원짜리 글로벌 제약사 바이엘의 시작은 독일의 작은 염료제조 회사였다. 1863년 8월 프리드리히 바이엘(Friedrich Bayer)과 요한 베스코트(Johann Friedrich Weskott)가 설립한 프리드리히 바이엘(Friedrich Bayer)이 전신이다. 출발 당시 직원은 이들을 포함해 단 세명에 불과했다.
가내 수공업 수준에서 출발했던 이 회사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초석을 다진 제품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아스피린'이란 약이다. 1897년 바이엘사의 연구원이었던 호프만 박사가 만든 아세틸살리실산으로 만든 아스피린은 1899년 특허를 등록하고, 전 세계시장을 석권했다. 1955년 바이엘의 아스피린은 전 세계 90개국에서 110억 정 이상 판매될 정도였다.
이 아세틸살리실산을 개발한 배경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국내 1세대 바이오 담당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독일 모지역에 마시기만 하면 웬만한 병이 다 낫는 샘물이 있었다. 소문만큼 실제 효능도 탁월해 과학자들이 이 샘물의 효능의 원인을 찾기 위해 연구를 할 정도였다.
이때 한 과학자가 발견한 것이 이 샘물에 버드나무 가지가 드리워져 있다는 점이었다. 버드나무 껍질은 고대부터 진통제로 활용돼 온 물질이었다.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에 기술돼 있으며, 그리스의 의성(醫聖) 히포크라테스는 해열·진통을 위해 사용했다.
호프만 박사는 이 버드나무 껍질 즙을 화학적으로 합성해 아세트살리실산, 즉 아스피린을 개발했다. 아스피린이란 이름은 주성분인 아세트산(acetic acid)의 a와 버드나무의 학명인 스피라이아(spiraea)의 합성어다. 버드나무 껍질 추출 성분으로 만든 약이다.
수천년 역사를 자랑하는 원료처럼 아스피린의 생명력도 다른 빅히트 약품들에 비해 더 긴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다. 당초 해열진통제로 세계시장을 석권했던 아스피린은 심혈관 질환 예방약으로 새로운 효능이 밝혀지며 무려 3세기에 걸쳐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다양한 해열진통제들이 쏟아지면서 아스피린의 시대가 저물던 1978년 캐나다 연구팀이 "아스피린이 뇌졸중 위험을 31% 떨어뜨리고 관상동맥 질환으로 인한 발작을 줄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것이 반전의 계기가 됐다. 이를 근거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1980년 아스피린을 ‘심혈관 질환 예방약’으로 승인하면서 화려하게 재비상할 수 있었다.
현재 바이엘그룹의 전체 매출액은 400억유로 수준으로 이중 아스피린의 비중은 크지 않다. 하지만 아스피린이 없었다면 전 세계에 걸쳐 직원수 11만명을 거느린 지금의 바이엘은 없었을 지 모른다.
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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