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와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에 따른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아르헨티나 페소화에서 시작된 통화절하는 브라질의 헤알화와 터키 리라화, 남아공 랜드화 등 다른 신흥국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27일(현지시간) 브라질의 헤알화는 미국 달러당 2.426헤알로 마감하며 5개월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이달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에서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소식이 헤알화 가치를 끌어내렸다.
지난해 헤알화의 가치는 15.11% 떨어졌다. 세계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에 31.3% 하락한 이후 최대 낙폭이다. 헤알화 가치는 2011년 12.15%, 2012년 9.61% 떨어진 데 이어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터키의 리라화도 이날 장중 달러당 2.36리라까지 떨어져 사상 최저 기록을 또 갈아치웠다. 리라화는 이날 11일 연속 하락세를 지속해 1996년 이후 최장 연속 하락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다만 중앙은행이 28일 오후에 임시 통화정책위원회를 소집해 리라화 가치를 안정시킬 필요한 조치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힌 이후 하락세는 다소 진정되며 달러당 2.30리라로 마감했다.
같은 날 아르헨티나 페소화는 달러당 8페소 이상에 거래되며 약세를 이어갔다. 페소화 가치는 지난 주말사이 18%나 떨어지며 아르헨티나 경제가 사상 최악의 위기를 겪던 2002년 이후 최대 낙폭을 보였다. 아르헨티나 당국이 외환보유액으로 환율을 더 방어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다. 아르헨티나의 외환보유액은 지난 주말 290억6000만달러로 집계, 지난주에만 7억달러가 줄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랜드화는 이날 오전장에서 달러당 11.19랜드를 기록해 지난 2009년 이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랜드화 가치는 지난 20일부터 1주일 동안3% 이상 하락했다. 지난 24일에는 달러당 11.11랜드를 기록해 기존 10랜드벽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정책에 따른 신흥국 통화의 약세와 함께 지난 23일부터 백금 광산 근로자들의 파업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인도의 루피화 가치는 이날 오전 한때 달러당 63.32 루피로 떨어져 지난해 11월 14일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루피화 가치는 사흘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다만, 지난 주말 연중 최저치(달러당 13.49페소)를 기록한 멕시코의 페소화는 이날 달러당 13.44페소로 소폭 상승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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