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에서 사상 최대의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한 가운데, 금융소비자들의 집단소송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특히 카드사들에게 3개월 영업정지가 내려질 것으로 예상되는 등 카드사들의 책임이 드러나면서, 집단소송 참여자들의 승소 기대감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일 법무법인 조율이 카드3사에 손해배상청구를 신청한 데 이어 법무법인 우성, 평강, 거인 등도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관련 카페만 50여개가 생겨났으며 카페 가입자만 8만여명을 넘어섰다.
법무법인들은 저렴한 수임료를 내세워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1인당 9900원, 7700원 가량의 수임료만 내면 승소 시 최대 60만원을 돌려받는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서 피해자들이 승소한 경우는 거의 없다. 지난 2007년 옥션의 개인정보 해킹사고 당시 14만명이 정신적 피해와 관련한 집단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2008년에는 GS칼텍스의 정보 유출 사태로 1100만명의 피해자가 발생했지만 역시 패소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카드사들의 관리가 소홀해 발생한 것으로, 민감한 정보들이 유출돼 승소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에서도 관계부처 합동 대책을 마련하는 등 심각한 문제로 생각하는 만큼, 사회적 통념에 따라 법원이 공감해 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과거 옥션이나 GS칼텍스의 정보 유출 사태와 같이 외부의 해킹에 의해 유출된 것도 아니므로 책임 소재도 명확하다.
SK브로드밴드(옛 하나로텔레콤) 정보 유출 집단소송을 담당했던 이흥엽 변호사는 "피해자들이 정신적인 고통을 입었다는 사실을 법원에서 인정해주면 승소 가능성이 있다"며 "특별히 피해 사실을 입증하지 않더라도 여론을 감안해 판정해주면 승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소비자들의 권리를 강화하는 법원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우리나라 법원은 친기업적인 성향이 강해 기업이 고객에게 피해를 입혀도 징벌적인 의미의 손해배상금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소비자의 권리를 높일 판단을 해 주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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