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0억달러 깔고 앉아 있는 한국의 삼성…애플, MS 등에 이어 세계 5위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세계 대형 비금융권 기업 3분의 1이 투자 하지 않고 쌓아둔 현금성 자산만 2조8000억달러(약 2987조원)인 시대. 기업들의 현금 흐름에 결정적 한 방을 날리는 소수 대기업들이 올해에도 현금을 쌓아둘지, 아니면 활발한 투자로 현금을 지출할지에 따라 경제의 분위기가 바뀔 전망이라고 22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세계적인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스탠더드앤푸어스(S&P)글로벌1200지수를 구성하는 비금융권 기업 가운데 상위 32%가 비축해 놓은 현금성 자산이 2조8000억달러에 이른다. 이것은 전체 현금 비축량의 82%에 해당하는 것으로 그 비중은 2000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전체 기업 현금 보유량 가운데 5%는 미국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이 가지고 있으며 그 규모만 1468억달러에 이른다. 애플 다음으로 현금 보유량이 많은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MS·807억달러), 구글(575억달러), 버라이즌(541억달러), 삼성전자(490억달러) 순이다. 이들 상위 5개 기업이 쌓아둔 현금 3870억달러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추산한 아랍에미레이트(UAE)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전망치 3900억달러와 맞먹는 규모다.
업종별로는 기술 기업들의 현금 독식이 가장 두드러졌다. 이들은 7752억달러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재(4487억달러), 제조업(3765억달러), 헬스케어(3068억달러) 기업들이 그 뒤를 이었다.
지역별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업들의 평균 현금 보유량이 2000년 19억달러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42억달러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북미 지역 기업들의 평균 현금 보유량은 9000만달러에서 31억달러로 늘었다.
소수 대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이 급증하기 시작한 것은 2007년부터다. 당시 현금 25억달러 이상을 보유한 대기업들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 비중은 전체의 76%를 차지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기업들이 위험 회피 차원에서 투자 보다는 현금 보유를 택한 것이 지금의 소수 대기업의 현금 독식 현상을 야기했다.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기업들이 쌓아둔 현금을 주주들에게 환원하거나 활발한 투자 활동으로 경제 성장에 기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가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기업들의 현금 비축 실태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8%가 기업들이 미래의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비용을 더 많이 지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또 30%는 기업들이 쌓아 둔 현금을 주주들의 이익 환원에 이용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아인 맥밀란 딜로이트 인수·합병(M&A) 부문 책임자는 "올해 경기회복 추세가 본격화될지 여부는 막대한 현금을 보유한 소수 기업의 의사결정(설비 투자·M&A 등)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의 소극적인 투자활동과 주주이익 환원은 투자자들의 투자심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금을 많이 비축한 대기업들이 최근 몇 년간 주가상승과 매출 증대를 경험하기는 했지만 현금을 투자하는데 더 많이 쓴 기업들의 주가상승과 매출 증대를 따라가지는 못했다.
한편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대기업들이 쌓아만 놓고 투자하지 않고 있는 관행에 대해 투자자들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어 올해 기업들의 투자 활동이 좀 더 활발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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