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새해에는 체감경기 개선에 정책의 역점을 두겠다던 정부의 다짐이 무색해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 경제가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더라도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성장의 온기는 그에 훨씬 못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청년취업률은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더해 올해 기업의 채용규모는 지난해보다도 줄어들 것이라고 하니 고용사정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한국은행은 어제 '올해 성장률은 3.8%로 전망되지만, 산업별 고용인원에 가중치를 둬 산출하는 고용가중 성장률은 3.4%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고용가중 성장률은 한은이 지난해 지표와 체감경기 간에 차이가 왜 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도입했다. 두 성장률 사이의 차이는 2011년에 0.5%포인트에서 2012년에는 0.1%포인트로 좁혀졌고, 작년에는 차이가 없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가 개선되기는커녕 전보다 더 벌어질 것이라는 예고인 셈이다.
한은은 고용비중이 낮은 제조업이 성장을 주도하면서 체감경기가 실제 경기회복세를 따라가지 못한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일부 수출 대기업이 경기를 주도하면서 빚어지는 기업 간, 산업 간 양극화 현상의 그늘이기도 하다.
고용시장의 잿빛 전망 또한 한은의 우울한 분석에 힘을 실어 준다. 대한상의가 243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올해 채용 계획을 보면 이들은 채용인원을 작년보다 1.5% 줄일 생각이다. 가뜩이나 청년실업자가 넘치는데 취업문은 더 좁아지는 것이다.
지난해 12월의 청년실업률이 8.5%에 달했다는 고용통계도 나왔다. 1년 전보다 1%포인트나 높아졌다. 이런 상황이니 한국 실업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저라는 통계가 가슴에 와 닿지 않는 게 당연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경기회복세를 서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경제체질을 바꾸겠다고 다짐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도 연초에 경기회복의 온기가 국민 모두에게 퍼져 나갈 수 있도록 일자리 창출과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약속과 다짐만으로 서민의 체감경기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1000조원의 가계부채, 늘어나는 청년백수, 자영업자의 비명은 체감경기 데우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알리는 냉정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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