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매입비 빼고도 480억원, 여기에 민원처리비와 금융비용, 18홀에 1500억원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손은정 기자] 18홀 골프장 건설비가 아파트 400채 값과 맞먹는다(?).
신설골프장이 개장과 동시에 자금난에 허덕이는 까닭은 뭘까? 회원제의 경우 건설비로 투자한 돈을 골프회원권 분양으로 회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산골짜기에 18홀짜리 골프장을 짓는 데 과연 얼마가 들어 가길래 수억원짜리 회원권을 몇 백 장씩이나 팔아야 하는 걸까. 건설비 내역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 산 깎자니 토목공사비가 수백억원?= 회원권 1장이 싸게는 1억원에서 호황일 때는 4, 5억원씩 호가해 수도권 아파트 1채 값과 다름없었다. 그렇다면 골프장 건설비는 과연 어떤 항목에 얼마가 들어갈까. 본지가 아예 18홀 회원제 골프장의 건설비 내역을 입수해 분석했더니 긴축예산으로 480억원이 산정돼 있다. 일단 토지 매입비를 제외한 오로지 건설비용이다.
우선 토목공사에 절반이 가까운 200억원이 투입된다. 물론 지형에 따라 비용은 크게 차이가 난다. 우선 토사와 발파 등에 들어가는 돈이 3분의1이다. 국내 골프장은 통상 산악지형에 조성돼 코스 모양을 만드는 데 기본적으로 많은 돈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밖에 배수와 조형, 카트도로, 티잉그라운드와 그린, 벙커와 해저드 등을 조성하는 데 나머지 비용이 쓰인다.
조경공사도 만만치 않다. 국내 골퍼들이 일본식 아기자기한 조경을 선호한다는 점도 비용을 늘리는데 한몫한다. 페어웨이에 잔디를 식재하고, 나무와 꽃을 이식하는 등 기본적으로 60억원이상이다. 토목공사비 다음으로는 클럽하우스 건설비의 몫이 크다. 평당 650만원이라는 단가가 놀랍다. 인테리어 비용까지 합해 150억원 안팎이다. 지하수개발과 진입도로, 조명 공사 등이 추가된다.
▲ 금융비용에 민원처리비까지 '눈덩이 예산'= 골프장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건설비 이외 부대비용도 눈덩이 같다. 건설 전 단계에 필요한 토지비와 조사비, 인ㆍ허가비 등은 물론 토지 매입부터 인허가과정에서 들어가는 다양한 합의금과 지역발전기금, 민원처리 등도 무시할 수 없다. 오죽하면 제5공화국 시절 사전에 청와대의 허락을 얻어야 하는 이른바 '내인가비' 200억원이 오히려 싸다는 넋두리까지 나올까.
골프장 조성을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돈이 여전히 많이 들어간다는 이야기다. 설계비와 감리비도 있다. 코스와 클럽하우스, 그늘집, 인테리어까지 별도의 비용이 든다. 카트와 차량, 집기류 등의 운영 설비와 최소의 인건비 등을 포함한 영업준비금, 제세공과금 등도 있다. 저축은행을 통해 빌리는 10%가 넘는 이자 등의 금융비용에 분양 대행사에 지급되는 수수료도 초기 투입 자금에 포함시켜야 한다.
관련업계에서는 "총사업비가 적어도 1500억원은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억원짜리 회원권을 무려 750장을 팔아야 투자비를 건질 수 있는 셈이다. 건설비(480억원 기준)만 따져도 102㎡(31평) 아파트(평당 하한선 350만원 기준) 400채를 넘게 지을 수 있는 돈이다. 2000년대 접어들어서는 너나할 것 없이 '명문골프장'을 지향하면서 고급화 바람이 불면서 고비용구조를 더욱 부추겼다.
최근에는 일반 골프장의 평균 건설비용보다 서 너 배나 더 들인 명품골프장도 탄생하고 있다. 차별화에서 시작됐지만 일부 대기업들은 자존심 세우기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골프장의 관계자는 "초고가 경쟁을 하는 골프장들은 예외적인 시설물에 특히 많은 돈이 들어간다"며 "그린에 통풍을 강화한 서브에어시스템과 난방시설까지 갖춘 그린, 고가의 예술품 등은 계산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했다. 골프대중화가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까닭이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손은정 기자 ej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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