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혜택 앞세워 낮은 그린피로 경쟁력 강화 '퍼블릭 전성시대'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손은정 기자] 2014년 1월8일.
전북 군산의 군산골프장은 입회금 반환 신청이 들어오면 곧바로 초기 분양금액인 1억2000만원을 돌려준다. 지난해 시세가 8000만원대로 떨어지자 아예 회원들에게 공문을 보내 회원권거래소를 찾지 말고 골프장에 요청하라고 안내했다. 충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오히려 시세가 낮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최근 대다수 골프장들이 입회금 반환사태로 부도 사태에 직면한 것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이 골프장이 바로 회원제 18홀에 퍼블릭 63홀 등 단일골프장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81홀짜리 코스다. 물론 회원제는 18홀에 불과해 회원이 240여명 밖에 없다는 점에서 다른 곳과는 달리 자금 부담이 크지 않다는 강점이 있다. 지난해 약 40여명의 회원들에게 입회금을 반환해 이제 200여명이 남았다. 언젠가는 전 코스를 모두 퍼블릭으로 운영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대다수 회원들은 그러나 그린피 면제(세금만 지불)라는 매력에 푹 빠져 있다. 실제 1억2000만원에 대한 은행 금리보다는 그린피 면제에서 오는 비용 절감 효과가 훨씬 짭짤하다. 매 라운드마다 12만원(회원 2만원, 비회원 14만원)의 이익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서종현 이사는 "회원들은 대부분 라운드 횟수가 많아 요즈음에는 입회금 반환 신청이 거의 없다"면서 "설사 요청이 있다 해도 운영 수익으로 충분히 반환이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회원제와 퍼블릭을 접목한 군산이 혼돈의 시기에 가장 부러운 골프장으로 재탄생한 셈이다. 사실 "회원제가 가고, 퍼블릭시대가 온다"는 전망은 2007년 이미 예고됐다. 당시 회원제였던 전남 아크로가 퍼블릭으로 전환한 것을 기점으로 2010년 무주 안성과 부영, 벨라스톤이 가세했다. 2011년 경남 다이아몬드 등 3곳, 2012년 전남 파인힐스 등 6곳, 지난해에는 충북 센테리움 등 7곳 등 점차 그 숫자도 급증하고 있다.
퍼블릭의 메리트는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분석한 '2012 골프장 경영실적 분석'에도 쉽게 알 수 있다. 129개 회원제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액)은 3.4%로 2011년(6.9%)의 절반에 그친 반면 퍼블릭(73개소 기준)은 33.7%나 됐다. 2011년 대비 3.3% 하락했지만 퍼블릭이 급증하면서 홀 당 이용객 수가 4.4%나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눈여겨볼 대목이다.
퍼블릭은 물론 회원모집으로 건설비를 모두 충당하는 회원제와 달리 금융권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이후 수익금으로 갚아나가는 방식으로 조성된다. 30%대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해도 공사대금 상환이나 은행 차입금에 대한 금융비용 등이 꾸준히 발생해 당기 순이익률은 15%대로 낮아진다. 그래도 회원제보다는 낫다.
요즈음에는 더욱이 입회금 반환 대란이나 경영 적자의 폭이 커져 회원제를 압박하고 있다. 어차피 입회금을 반환해야 한다면 퍼블릭으로 변신해 보다 낮은 그린피로 경쟁력을 높여 경영 정상화를 도모하는 게 낫다. 2012년 회원제에서 퍼블릭으로 갈아탄 파인힐스의 오방렬 대표는 "낮은 그린피에 회원제의 고품격코스를 그대로 즐길 수 있어 또 다른 경쟁력을 창출할 수 있다"고 했다.
당연히 걸림돌이 있다. 입회금을 반환할 자금력이다. 파인힐스는 회원 동의 절차를 거쳐 정회원과 주중회원 입회금 625억원을 모두 지급했다. 보성건설이라는 든든한 모기업이 있어 가능했다. 롯데스카이힐 성주도 마찬가지다. 강원도의 오너스는 초기에 일찌감치 회원제를 포기해 부담이 적었다. 일부 골프장들은 반면 자금력 부재로 회원들이 골프장을 상대로 인수소송까지 강행하는 등 불협화음이 일고 있다.
앞으로 건설되는 골프장은 이 때문에 퍼블릭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는 2016년에는 퍼블릭이 절반에 육박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18홀 기준으로 환산하면 개장이 예정된 골프장 121.3곳 가운데 85.3개소, 여기에 기존 회원제의 변환 물량도 더해진다. 그야말로 퍼블릭이 대세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손은정 기자 ejs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