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지은 기자]지난 10일 교육부는 서남수 장관의 ‘편수조직 설치’ 발언에 대해 “교과서 검정에 직접 개입하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최근의 한국사 교과서 논란의 원인이 검정 시스템과 인력 부실에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검정의 궁극적인 책임이 교육부에 있는 만큼 교육과정정책과와 교과서기획과의 인력 부족 등을 보완하려는 것이 편수조직 설치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번 교과서 논란은 검정과정이 충실하지 못 한데서 비롯됐다. 최근 송호열 서원대 지리교육과 교수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중학교 사회2 교과서 6종 모두 독도 관련 기술에서 사실적 오류를 보였다. 교육부로부터 교과서 검정을 이양받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국사편찬위원회,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소수의 인원이 2000종이 넘는 교과서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의 편수조직 설치 방침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편수조직 설치를 반대하고 국정제로의 회귀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의 교육부의 행태를 보면 충분히 납득이 간다. 애초부터 타 교과서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사실오류·표절이 발견된 교학사 교과서는 수백건이 넘는 교육부의 수정·보완 권고와 수정명령이 없었다면 살아남기 힘든 ‘부실 교과서’였다.
게다가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일부 고교에 대한 시민단체와 전교조,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대 행위를 ‘외압’이라고 규정하며 이들 고교를 대상으로 ‘특별조사’까지 실시한 교육부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기 어려운 것은 당연해 보인다.
교원단체들과 역사전문가들도 편수 조직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교조는 교육부의 편수기능 부활이 교육부 장관에게 교과서 검정 권한을 대폭 부여해 결국 정권의 입맛대로 교과서가 만들어지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며 반대한다. 전교조와 교총은 “정권과 이념에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적인 교과서 검정 시스템을 구축해야”한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전문가들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면 정부 조직을 확대하는 것이 아닌 정권으로부터의 독립성 강화가 우선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교과서 심의·검증 시스템의 강화든 전문인력 확충이든 무엇이든 좋다. 다만 역사교과서는 정치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교육 논리로 풀어야 한다. 지금처럼 여당에서 국정 전환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거나 교과서를 ‘좌편향’, ‘우편향’ 등으로 매도하며 이념논쟁화하면 학생들에게 ‘기본을 갖춘’ 교과서를 가르치기는 요원하다.
김지은 기자 muse86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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