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백해무익한 비방·중상을 끝낼 때가 됐으며 화해와 단합에 저해를 주는 일을 더 이상 해서는 안 된다"
얼핏 보면 우리나라의 대북 메시지 같지만 이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밝힌 내용이다. 김 제1위원장은 조선중앙TV를 통해 육성으로 발표한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 의사를 강하게 피력하고 남한 당국의 호응을 촉구했다.
지난해 신년사에 비해 대남 유화 제스처가 훨씬 커진 모습에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남북관계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다. 그러나 김 제1위원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남과 북의 대결 상태를 해소해야 한다"고 한 지 겨우 한 달여가 지난 뒤 3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이어 정전 협정과 남북 불가침 조약 파기를 선언하고 일방적으로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시키기까지 했다. 신년에 말을 좀 부드럽게 했다고 해서 남북 경색이 완화될 거라고 보는 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더구나 장성택 처형이라는 극단적인 조치 등으로 미루어 본 북한의 향후 행동은 어디로 튈 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군부가 김정은을 등에 업고 통치를 하는지, 아니면 김정은이 군부를 완전히 장악했는지조차 분명치 않다. 북한의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한국 경제는 위축될 우려가 커진다. 실제 남북관계가 재채기를 하면 민간 소비나 기업 투자는 감기에 걸려왔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한국경제에도 큰 위험요인이란 뜻이다.
북한이 앞으로 어떤 대남전략을 펴는 지에 상관없이 우리는 북한 리스크를 조정하고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북한 정권의 멸망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 60년의 발전도 잿더미가 될 수 있다. 우리 정부가 평화적인 통일이란 원칙을 놓아서는 안 되는 이유다. 한반도의 통일은 어느 날 갑자기 올 수 있다. 이를 준비하는 것은 우리 몫이어야 한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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