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수준' 세계 최고로 만든 위정자들에 민심 극렬 저항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유럽연합(EU)의 '부패 대국' 불가리아에서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불가리아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만이 최고조로 치닫는 가운데 부정부패 척결 없인 경제성장도 없다고 최근 보도했다.
여론조사업체 갤럽이 최근 세계 143개국에서 실시한 '글로벌 고통 수준' 조사결과에 따르면 불가리아 국민 39%가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내전을 겪고 있는 시리아(29%)와 이라크(27%)보다 높다.
전쟁도, 재정난도 없는 불가리아에서 국민이 왜 이처럼 고통 받는 걸까. 전문가들은 불가리아의 악명 높은 부정부패, 투명성 부족 등 사회구조적 문제를 원인으로 꼽았다.
불가리아에서 지난해 2월 시작된 전기료 인상에 대한 항의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반정부 시위는 11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5월 총선 이후에도 반정부 시위는 가라앉지 않았다. 급기야 집권 여당인 '유럽발전 시민당(GERB)' 소속 인사들의 사퇴로 정국 불안은 심화했다.
플라멘 오레샤르스키 불가리아 총리는 지난해 6월 안보 분야 경험이 전무한 언론 재벌 델리안 피브스키를 국가안보국장에 지명했다. 국민의 불만이 극에 달한 것은 물론이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오레샤르스키 총리는 피브스키 지명을 취소했다. 그러나 시위대는 책임자 처벌과 내각의 전원 사퇴를 촉구했다.
최근에는 불가리아 대학생들 중심으로 교육계가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에서는 대학생들이 학교 건물을 점거하고 수업까지 거부했다. 이에 교수와 시민도 합세해 의회 점거 시위를 벌였다.
전문가들은 정치권 부패, 정경유착, 조직범죄가 판치는 불가리아에서 국민의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불가리아는 그리스와 함께 유럽연합(EU)에서 가장 부패한 나라로 선정됐다. 미 인권감시단체 프리덤하우스는 불가리아의 공공 부문 부패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 지하경제 규모가 국내총생산의(GDP)의 33%를 차지할 정도로 커진 점이 시급한 해결 과제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7월 불가리아를 방문한 미셸 새넌 국제통화기금(IMF) 국장은 "불가리아 정부가 부패와 비합리적인 인사제도부터 철폐해야 한다"며 "복잡한 행정 규제를 간소화하고 에너지 부문의 효율성은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일부에서는 불가리아의 정국불안이 확대되고 있는 게 EU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불가리아가 EU에 가입한 것은 2007년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렇다 할 정치ㆍ경제 개혁을 단행하지 못하고 있다. EU는 그 동안 불가리아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경제 지원에 각종 제재까지 동원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야당인 '불가리아 시민운동'의 대표를 맡고 있는 메글레나 쿠네바 의원은 "정부에 EU 가입이란 더 많은 재정 지원 그 이상의 의미가 없었다"며 "법치주의가 확립되지 않는 한 EU의 가치는 불가리아에 적용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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