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세계 2위의 쌀 수출국인 베트남에서 농부들의 이농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감소로 농촌을 떠나는 농민이 늘어나고 농지를 새우 양어장과 소먹이용 초지로 전용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일본에 본부를 둔 외교 안보 전문지 ‘더 디플로맷’은 30일 쌀은 베트남의 주식이지만 농부들이 이농현상으로 장차 쌀부족현상에 직면할 수도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국제곡물이사회(IGC)에 따르면, 베트남은 지난해 700만t의 쌀을 수출해 인도(1010만t)에 이어 세계 2위의 쌀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쌀수입국들의 쌀 증산과 인도와 캄보디아 등 수출국들의 수출증대로 베트남 쌀농가는 경쟁증가와 쌀값 하락에 따른 소득감소,비료값 인상 등 삼중고를 겪어왔다.
이에 따라 주요 쌀 산지인 메콩강 삼각주에서는 많은 논이 돈을 더 많이 버는 ‘새우 양어장’으로 불법 전용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수 세대에 걸쳐 농사를 지어온 농가에서 청년들이 도시로 떠나는 등 이농현상으로 심해지면서 논은 방치거나 축구장, 소들이 풀을 뜯는 풀밭으로 변하고 있는 실정이다.
디플로매트와 베트남 언론에 따르면, 베트남 북부의 탄화와 하이정성의 농가 4만2785가구는 올해 6882헥타르의 논을 경작하지 않고 내버려뒀다. 또 30년 전 연간 소액의 수수료를 내고 논을 불하받은 3407가구는 아예 433헥타르의 논을 국가에 반환했다.
쌀농사를 포기한 농가의 대부분은 농사를 지어봐야 남는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일부는 200~300제곱미터에 쌀 농사를 지어봐야 월평균 5만~8만동(미화 2.37~3.79달러)밖에 벌지 못한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국수 두 그릇 값이다.
반면, 베트남에 우후 죽순격으로 들어선 의류공장에서는 최저로도 350만~400만동을 받고 있고 양식업을 하면 이보다 훨씬 많이 벌어 이농현상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이 때문에 베트남 농업농촌개발부는 옥수수 등 소득이 높은 다른 환금성 작물을 재배하도록 20만 헥타르의 논을 전용하는 계획을 수립했으며 지방정부는 작은 농지를 합쳐 규모의 경제를 시도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의 양곡생산 차장은 “농민들의 전작으로 쌀수확량이 향후 몇 년간 줄어들 수도 있다”면서 “농가 소득증가 문제는 어려운 경제여건과 쌀시장 경쟁 격화를 감안할 때 시급한 문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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