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올 한 해 제약업계 판도에 큰 변화가 일었다. 유한양행이 47년 만에 새로운 제약업계 왕좌에 올랐고, '물배 부른' 광동제약은 단숨에 업계 6~7위권에 안착했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한양행이 4분기 매출 2453억원(추정치, IFRS 별도)으로 1위를 차지했다. 올 3월 옛 동아제약이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1위 자리에서 물러난 뒤 3분기(녹십자)만 빼놓고 1위를 놓치지 않았다.
녹십자는 시장 예상치(컨센서스) 2225억원(IFRS 연결)으로 2위를 지켰다. 이어 대웅제약 1829억원, 동아에스티 1537억원, 한미약품 1484억원, 종근당 1328억원 등의 순이었다.
4분기 전망치를 더한 연매출을 내다보면 공격적인 영업활동을 해온 유한양행이 9187억원으로 여전히 1위였다. 하지만 연초 목표로 했던 '매출 1조 클럽 가입'에는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을 거뒀다. 원료의약품과 다국적제약사로부터 들여다 파는 수입의약품 판매 대행 호조로 분기마다 20% 성장했지만, 하반기 들어 성장세가 주춤거리면서 '꿈의 숫자'와 멀어졌다.
유한양행 다음으로는 녹십자(8008억원), 대웅제약(6759억원), 한미약품(5635억원), 종근당 (5112억원), 동아에스티(4995억원)가 뒤따랐다. 녹십자의 경우 4분기 시장 예상치가 IFRS 연결 기준이나 연결 대상 자회사 실적을 감안해도 대웅제약과 1000억원가량 격차가 난다.
이 같은 매출 순위는 연초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었다. 하지만 광동제약은 그야말로 상위권에 '깜짝' 등장했다. 광동제약의 4분기 매출 시장 예상치는 1095억원이다. 여기에 3분기까지의 누적 매출(3522억원)을 더하면 올해 4617억원의 매출을 올리게 된다. 동아에스티의 뒤를 이어 JW중외제약, 일동제약, 제일약품 등과 함께 업계 6~7위를 다투는 수준이다.
1년 전만 해도 광동제약은 연매출 3000억원 초반대에 불과했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제주도개발공사로부터 생수 '제주삼다수' 판권을 가져온 이래 3분기 동안 991억원을 물로 벌어들였다. 전체 매출의 28.1%에 해당하는 수치다. 같은 기간 광동제약의 대표 품목 '비타500'(575억원)과 '옥수수수염차'(385억원)의 매출을 더한 것보다 많다. '매출 효자' 삼다수 덕분에 단숨에 업계 순위를 10계단 가까이 껑충 뛰어오른 셈이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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