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숙청 그 후…北 권력 어떻게 되나
당ㆍ정ㆍ군 모두 장악 3대권력 강화
동요없지만 張측근 잇단 망명설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장성택 숙청으로 북한 권력지형의 일대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북한은 관영 매체를 통해 '2인자'였던 장성택이 군관들에게 체포되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통상의 숙청 방식을 넘어선 이례적인 일이다.
장성택이란 후견인이 없는 김정은 체제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장성택 제거'를 통해 자신의 권력을 강화한 것일까, 아니면 장성택 제거로 인해 김정은 체제는 불안해진 것일까. 일단 현재로선 북한 안팎에서 큰 동요가 감지되지 않고 있지만 상황을 낙관할 수 없다는 '경계론'도 적지 않다.
많은 대북 전문가들은 김 제1위원장이 장성택을 내침으로써 유일 지배 체제의 초석을 마련했다고 평가한다.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과 최영림 내각 총리를 해임하며 군과 내각을 장악한 데 이어 당 행정부장이었던 장성택을 숙청함으로써 당ㆍ정ㆍ군에서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그림자를 지웠다는 것이다.
김 제1위원장이 이미 후견인인 장성택 없이도 정권을 유지해 나갈 '시스템'을 구축해놓아 딱히 불안 요소가 없다는 분석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 제1위원장이 아버지 사망 직후 장성택의 개인적 조언에 크게 의존하기보다 핵심 측근 그룹들이 참여하는 '국가안전 및 대외부문 일군협의회'에서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구조를 이미 마련했다"며 "장성택의 숙청으로 김 제1위원장이 홀로서기를 해야 할 필요성은 없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의 1인 독재 체제는 생각보다 훨씬 단단하다"며 "과거를 봐도 지도자가 문제가 없는 한 나머지 2인자, 3인자 등의 척결은 정권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석은 북한 권력체제가 왕조시대의 그것을 닮았다는 관점과 맥을 같이 한다. 북한 김정은 체제는 김일성-김정일을 잇는 3대 세습 체제로 통상적인 자유민주주의 체제나 근대적인 권력체제의 분석 틀로는 이를 온전히 이해하기 힘들다는 말이다.
그러나 역대 최고위급 인사의 숙청이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당장 장성택 측근의 망명설이 속속 들림에 따라 권력투쟁에서 밀려난 인사들을 중심으로 일탈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수석연구원은 "이번 사태는 김정은 체제의 불안함을 보여준다"며 "권력층 인사들을 숙청하거나 처형하는 방식으로 권력기반을 공고화하려고 한다면 이는 그만큼 권력기반을 잃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 내부 경제개혁 노력과 북중 간 경제협력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앨런 롬버그 스팀슨센터 연구원은 "장성택이 그동안 경제개혁 노력에 관여했기 때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그의 숙청이 긴축정책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주시해봐야 한다"고 했다.
장성택 실각에 따라 군부의 입김이 세지면서 개성공단 사업 등 남북 경협에도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우리 정부는 장성택을 제거한 북한이 내부 결속을 다지고 체제 불안 요인을 외부로 돌리는 차원에서 대외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밖에 장성택의 실각으로 급격히 커진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의 영향력을 김 제1위원장이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면 이것이 장기적으로 정권 불안정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이번 사태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좀 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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