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권력 핵심부 사정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져
"섣부른 기대는 말아야" 지적도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정치적 사망 선고를 받고 그 측근들의 줄초상이 예고되면서 이제 관심은 중국에서 망명을 타진하고 있는 외화벌이 담당 A씨의 입에 쏠리고 있다.
A씨는 장성택 사단의 일원으로, 장 부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권력 핵심부의 비밀을 훤히 꿰뚫고 있어 이번 실각 사태의 전말을 설명해줄 수 있는 인물로 파악되고 있다.
현재 A씨는 중국 당국의 보호를 받고 있으며 곧 한국 또는 제3국으로 망명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A씨의 신병 인도를 추진하고 있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북한 관련 기밀에 관심을 가진 미국이 A씨 쟁탈전에 합류한 가운데 중국은 북·중 관계를 고려해 망명을 불허하려는 모습이다.
A씨는 지난 9월 말~10월 초 북한에서 중국으로 도피해 망명을 모색해왔다. 앞서 그는 장 부위원장 소관인 황금평 경제특구 개발 사업은 물론 북·중 무역과 외화벌이 사업 등에 핵심적 역할을 맡았다고 외교 소식통들은 전했다. 자연스레 장 부위원장의 자금도 관리하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의 정확한 도피 이유는 확인된 바가 없지만 여러 사업에 관여하면서 자금을 빼돌려 개인적으로 착복한 혐의가 포착돼 내사를 받게 되자 중국행을 선택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대대적인 숙청 작업이 "장성택 일당의 반당 반혁명적 종파행위를 오래전부터 알고 주시해오면서 여러 차례 경고도 하고 타격도 줬지만 응하지 않고 도수를 넘었기 때문에" 시작됐다고 밝혔지만 모든 사태는 A씨가 중국에 간 뒤부터 급격히 진행됐다.
A씨가 사라진 지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달 하순 장 부위원장의 최측근들인 리룡하 당 행정부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이 공개처형되고 8일 장 부위원장까지 숙청됐다. A씨의 도피와 망명 움직임이 이번 사태의 도화선이 됐다는 평가가 과하지 않은 것이다.
조선중앙TV는 장 부위원장이 군복을 입은 인민보안원 두 명에게 끌려나가는 모습도 화면에 띄웠다. 권력 2인자가 하루아침에 목숨을 보전하기도 힘든 처지에 놓이는 것을 보고 A씨 외 다른 측근들도 속속 망명을 서두르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한편 벌써부터 일각에서는 A씨가 한국에 망명해 황장엽 당 비서처럼 고급 정보를 쏟아낼 것이란 희망 섞인 추측이 나온다. 그러나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라는 '경계론'도 적지 않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A씨의 존재가 사실이고 한국에 온다고 하더라도 그의 '급'에 따라 활용 가치가 달라진다"며 "당 부부장급 이상이라면 모를까 단순히 장 부위원장의 심부름꾼 수준인 국장이나 과장이라면 아무런 반향도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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