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한 뒤 냉랭해진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자칫 잘못하면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미국에서 발간되는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 인터넷판이 최근 보도했다.
국가 간 지정학적 리스크는 안전자산 선호현상으로 이어져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 국채에 득이 되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대립각을 세운 두 주인공이 미국과 미 국채 최대 보유국인 중국이기 때문이다.
포브스는 금융시장에서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그리 좋지 않다고 본다. 중국의 신용평가업체 다궁(大公)이 지난 10월 중순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한 단계 끌어내리고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제시해 추가 강등 가능성까지 열어놓은 게 그 증거라는 것이다.
미국이 정치권의 극적인 막판 대타협으로 채무 불이행(디폴트) 위기를 겨우 넘겼지만 여전히 디폴트 위기에 근접해 있다는 게 다궁이 설명하는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배경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 10월13일 논평에서 "'탈(脫)미국'의 시대가 도래했다"면서 "미국의 리스크로부터 세계 경제를 지키기 위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포브스에 따르면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설정을 두고 냉랭해진 미·중 관계가 금융시장에서 실제 대치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 다만 중국 등 세계가 앞으로 미 국채를 사지 않는다면 미 경제에 어떤 일이 생길지 적어도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포브스는 지적했다.
미네소타 대학 경제학과의 티머시 케호 교수 등 저명 이코노미스트들은 지난 8월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분기 보고서에서 '외국인들이 이제 미국에 돈을 빌려주지 않으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까'라고 질문한 바 있다. 이는 미 국채 매입 중단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추측할 수 있게 해준다.
보고서 저자들은 "세계 각국이 미 국채를 갑자기 더 이상 사지 않는다면 미 국채 금리는 내년 2.9%, 2015년 5.5%까지 치솟을 수 있다"면서 "미 국채 매입이 중단될 경우 건설·고용 시장의 급격한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저자들은 이어 "건설 시장만 위기를 겪는 데서 그치지 않으리라는 게 더 심각한 문제"라며 "미 경제를 떠받치는 한 축인 소비경제까지 위기가 전이되고 가계의 실질소득은 떨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직접적 경제 손실을 감당해야 하는 미국이야말로 가장 큰 피해국이다. 하지만 중국의 수출경제도 그만큼 타격 받아 결국 세계 경제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게 포브스의 지적이다.
최근 미 국채 매입 속도를 줄이고 있는 중국과 달리 일본·한국은 지속적으로 매입 속도를 올리고 있다. 포브스는 이도 어쩌면 불상사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포석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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