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일반이론'에서 기존 경제학에 도전장을 던졌다.
그는 서문에서 "이 책은 동료 경제학자들을 일차 독자로 삼아 쓰였다"며 고전학파의 '세(Say)의 법칙'을 놓고 논쟁을 벌이겠다고 예고한다. 세의 법칙은 수요가 공급에 의해 창출된다는 주장이다. 만들면 팔리게 돼 있다니, 요즘에는 경제학 교과서 밖에서는 거의 거론되지 않는 이상하기 짝이 없는 궤변이지만 케인스가 일반이론을 쓰기 전까지는 법칙으로 통했다.
케인스는 "세의 법칙은 암묵적으로 경제는 늘 완전가동 상태로 작동한다고 가정했다"며 "그러나 이 전제에 기초를 둔 이론은 실업과 경기변동이라는 문제를 풀기에 역부족"이라고 비판했다. 고전학파 경제학은 시장은 균형을 찾아가게 마련이며 경기침체는 장기 균형에 이르는 일시적인 과정이라고 여겼다. 이에 대해 케인스는 "장기적으로 우리는 모두 죽게 된다"고 말했다.
케인스가 경제학에 족적을 남긴 건 기존 주류 경제학을 깨서가 아니다. 그는 세의 법칙을 부순 뒤, 경기가 불황에 빠지면 정부가 나서서 수요를 일으켜야 한다는 유효한 처방을 제시했다.
요즘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교수가 주류 경제학을 향해 공세를 펴고 있다. 장 교수는 최근 일간지 가디언에 "대학의 경제학 수업이 급변하는 경제현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는 "오늘날 경제학은 수학과 통계학을 모르면 이해할 수 없다"며 "이는 과거 가톨릭 성직자들이 성경 번역을 거부해 라틴어를 모르는 사람은 성경을 읽을 수조차 없게 한 것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케인스가 그랬듯 장 교수도 학계를 넘어 현실에서 이론의 적합성을 보여줘야만 경제학자로 기억될 수 있다. 그렇게 될지 판단할 가장 중요한 가늠자는 무역에 대한 그의 주장이다. 그는 무역은 선진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며 한국의 미국과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했다. 무역에 관한 그의 생각은 한국과 대만, 중국 등 수많은 반대 사례가 등장하면서 숨을 거둔 종속이론의 아류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한ㆍ미 FTA와 한ㆍEU FTA가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는 FTA 효과가 더 나타나기를 기원한다. 이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장 교수의 주장에 반대하는 입장에서뿐 아니라 한국 경제를 위해서 갖는 바람이다.
백우진 선임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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