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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만 골라찍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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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되는데 디자인·상품기획력 안되니…
국내 패션·게임업체들 잇단 인수
자본력 앞세워 브랜드파워 키우기


[아시아경제 김도엽 기자] 중국 기업들의 국내 산업 진출이 늘면서 차이나 머니가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 패션과 게임업계 등에서 한국 기업을 인수합병하거나 중소기업에 투자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 경우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어 이에 대비한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 업체의 한국 기업 인수는 지난 해 말 패션업계에서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중국 안나실업은 20~30대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끌었던 더신화의 캐주얼 브랜드 ‘인터크루’를 인수했고, 중국 대표 패션의류업체인 디샹 그룹은 ‘BNX’와 ‘카이아크만’ 등을 판매하는 아비스타의 최대 주주가 됐다. 패션업계 대표 중견기업으로 ‘클라이드앤’, ‘탑걸’ 등의 브랜드를 가진 연승어패럴도 중국 기업 ‘산둥루이’에 매각됐다. 이 밖에 ‘블루독’과 ‘알로봇’ 등 아동복 브랜드를 운영하는 서양네트웍스가 홍콩 기업 리앤드펑그룹에 팔렸다.

중국 업체들은 자본력은 풍부하지만 디자인과 상품 기획력이 떨어지는 게 약점으로 지적돼왔다. 이 점을 보완하고 브랜드력을 키우기 위해 한국 기업 인수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미 중국 소비자들은 해외 제품들을 많이 접해서 눈높이가 높아져 있다”며 “중국 내수 시장에는 그런 브랜드력(경쟁력)을 따라갈 만 한 브랜드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한국 업체 인수에 적극 나섰다”고 분석했다.


이어 “자금난을 겪고 있던 국내 기업들과의 이해관계가 서로 맞아 떨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게임 업계에서도 차이나 머니 바람은 거세다. 중국 최대 게임업체 텐센트는 카카오에 720억원을 투자하며 지분 13.8%를 확보해 2대 주주가 됐다. 또한 벤처캐피탈사 캡스톤파트너스와 펀드를 조성해 국내 중소 게임업체에 지분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를 방문한 중국 게임 수출 1위 기업 ‘퍼펙트월드’의 로버트 샤오 대표와 모바일 게임 업체 ‘추콩’의 천 하오즈 대표는 국내 게임 업체에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지주 매각에도 ‘대륙’의 손이 뻗치고 있다. 최근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매각에 최고가를 써내며 유력한 인수 후보로 떠오른 사모펀드 파인스트리트는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의 지원을 받고 있다. 또한 자기자본 비율 세계 1위인 중국 공상은행은 우리은행 매각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지난 9월 말에는 세계 4위인 중국 철강업체 바오스틸이 경기도 화성 시에 3만4천 평방미터의 자동차용 강판 공장을 준공했다. 바오스틸은 국내 중소기업인 지엔에스와 합작회사를 설립했으며 GM 코리아 등에 자동차용 강판을 공급하고 있다.


풍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중국 기업들의 한국 진출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런 현상이 지나칠 경우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차이나 머니의 국내 유입은 1980년대 일본 기업들이 미국 업체들을 인수했던 것과 비슷하다”며 “이는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의 수익은 국내 산업에 재투자돼 재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고 내수를 진작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이뤄야 하는데 발생한 이익이 대부분 중국으로 빠져나가 원활한 자금 흐름을 방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아시아경제팍스뉴스에 반영된 내용입니다. 동영상은 아시아경제팍스TV 홈페이지(paxtv.moneta.co.kr)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김도엽 기자 kdy@paxnet.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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