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최근 외국인의 '바이(Buy) 코리아'가 주춤하면서 지수 변동성이 커지자 국내 기관의 물량 유입이 다시 시작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나타나고 있는 기관의 '사자'세가 국내증시 조정에 따른 펀드 환매 일단락의 영향만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대외 악재의 소멸과 이에 따른 글로벌 경기 기대감 등으로 내년 2분기께를 고점으로 하는 국내기관의 자금유입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15일까지 6거래일간 기관은 코스피 시장에서 1667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꾸준히 '사자' 기조를 이어오던 연기금(3863억원)이 매수 강도를 높인 데다, 잦아든 펀드 환매에 투신(3141억원) 물량 유입도 적극성을 키운데 따른 결과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5거래일 연속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로 2560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지난 8월28일부터 44거래일 동안 이어졌던 순유출 행진을 끝낸 후 순유입 규모를 차츰 키우면서 투신의 운신의 폭을 넓혀주고 있는 모습이다.
연말 랠리를 감안한 기관의 전기전자(IT) 중심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재조정)도 분위기 전환에 한 몫 했다. 이 기간 투신은 SK하이닉스(495억원), 삼성전자우(402억원), 삼성전자(207억원) 등 IT 대형주를 중심으로 한 '사자'세를 나타냈다. 연기금이 같은 기간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 역시 삼성전자(804억원)였다.
외국인의 수급부진에도 불구하고 투신·연기금을 중심으로 한 국내 수급 모멘텀의 힘으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펀더멘털과 국내 수급 모멘텀으로 이동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외국인 수급이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 못한다 해도 투신과 연기금, 사모펀드 등을 중심으로 한 국내기관의 수급이 코스피 반등세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같은 국내기관의 자금유입은 내년까지 이어지며 지수의 레벨업을 도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달 들어 코스피 주가 조정과 함께 펀드에서의 자금 유출이 진정되고 있지만, 자금 유출 진정의 주요 원인은 주가 하락보다는 악재의 소멸과 이에 따른 기대감 생성"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9월 미국이 시장의 예상을 깨고 양적완화 축소를 진행하지 않은 데다, 미국 연방정부의 부분폐쇄(셧다운), 국내 동양그룹 이슈와 펀드간 심화된 수익률 격차 등이 펀드 투자자들의 환매 욕구를 자극시켰다는 판단이다.
조 센터장은 "내년 코스피 고점을 2400으로 보는데, 국내 자금의 증시 유입이 없다면 코스피는 2200을 상향돌파하지 못할 것"이라며 "경기, 물가, 금리 등의 요인을 따져봤을 때 늦어도 내년 2분기께 2400을 향한 국내 자금의 유입이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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