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이런 상상을 해보자. 애플이 고가의 명품 핸드백 시장에 진출해 수백만원이나 하는 토트백을 애플 스토어에 출시했고 품절 사태를 빚는다. 이 경우 애플의 기업가치와 아이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미국의 한 브랜드 전략 전문가는 이 경우 지금 혁신의 부재를 겪는 애플이 경쟁자들을 단번에 제압하고 세계 최고 프리미엄 브랜드의 자리를 확고히 하며 기존 명품 브랜드들을 위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스콧 갤러웨이 뉴욕 대학 경영대학원 교수는 자신이 설립한 디지털 싱크탱크 'L2'가 최근 주최한 온라인 강연에서 명품 업체들은 애플을 눈여겨 봐야한다고 조언했다.
브랜드 전략과 명품 마케팅 전문가인 갤러웨이 교수는 애플이 정보기술(IT) 영역에서 벗어나 의류·핸드백·장신구·선글라스·손목시계·여행가방으로 제품 영역을 확대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브랜드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애플이 명품 브랜드 버버리의 앤절라 아렌츠 최고경영자(CEO)를 유통담당 수석부사장으로 영입한 것도 결국 같은 맥락에서다.
갤러웨이 교수는 최근 미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패션계의 아이콘이나 다름없는 아렌츠가 무엇이 아쉬워 애플 스토어를 운영하겠다고 버버리에서 나오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최근 애플은 삼성의 약진으로 힘겨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미 초일류 브랜드가 된 애플이 후발 주자들에게 발목 잡힌 상황을 갤러웨이 교수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이다.
그는 "지금의 애플을 야구하는 마이클 조던에 비유할 수 있다"며 "애플이 브랜드를 제대로 써먹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가운데 하나가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한 명품 의류라는 게 갤러웨이 교수의 판단이다.
갤러웨이 교수가 생각하는 명품의 기준은 간단하다. 누구나 인정하는 확실한 창업자가 있어야 한다. 더욱이 고객에 대해 논하며 유통망을 장악한 가운데 높은 이익률과 비싼 가격을 고집해야 한다. 그리고 세계화를 추구해야 한다. 지금 애플만큼 이 기준에 다가선 브랜드가 있을까.
현재 애플의 이익률은 다른 경쟁사보다 높다. 이는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 시절부터 마련된 강력한 브랜드 파워 덕이다. 하지만 아렌츠의 경험을 바탕으로 명품 옷을 새로 입는다면 과거와 차원이 다른 수준으로 애플을 충분히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는 게 갤러웨이 교수의 생각이다.
애플이 패션 브랜드 이브 생로랑의 CEO 출신인 폴 드네브를 부사장으로 영입한 것도 이런 추측의 근거가 되고 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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