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디자이너 · 청년창업 등 스타키우기 잇단 대회
일부선 "성과없다" 지적도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정부가 '오디션' 열풍에 합류했다. TV 방송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형식을 빌려 스타 창업자를 키워내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자칫 돈만 쓰고 실제 성과는 없는 '속 빈 강정'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15일 정부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는 청년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내년 중 '청년창업 오디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슈퍼스타K' 같은 형식의 창업 오디션을 통해 청년들 사이에 창업 붐을 일으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사업비도 4억원이나 배정했다. 내년 총 사업비(22억8000만원)의 17%에 달한다.
산업자원통상부 산하 한국디자인진흥원은 지난 7일부터 케이블 TV채널 MBC퀸을 통해 '디자인 서바이벌: K-디자인'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1주일에 1회씩 총 8회가 2개월에 걸쳐 진행된다. 총 2억원의 상금을 걸고 산업 디자인의 최강자를 가리는 이번 프로그램 역시 슈퍼스타K 등 상업적 프로그램이 도입한 미션ㆍ심사위원 평가 등의 요소를 도입해 화제성에 초점을 뒀다.
중소기업청은 지난 7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아이디어 오디션' 사이트(ideaaudition.com)를 개설했다. 홈페이지에 아이디어를 올린 후 네티즌의 검증과 보완을 통해 제품화까지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이트로, 현재까지 총 7673건의 아이디어가 등록돼 이 중 11건이 제품화를 마쳤다. 중기청은 기존 대학생 실전창업 경진대회를 지난해부터 '슈퍼스타V'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스타 육성에 주력하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정부 기관 여기저기서 오디션 프로그램을 들고 나오는 이유는 창업의 성공 모델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슈퍼스타K를 통해 무명의 가수들이 스타로 거듭난 것처럼 창업 부문에서도 스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일자리를 늘리고 창조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청년창업 활성화에 주력하는 정부로서는 창업 스타 육성을 통한 사회적 붐 조성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오디션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혹어린 시선이 많다. 야심차게 시작한 디자인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초반 저조한 시청률로 인해 고전 중이며, 중기청 아이디어 오디션에서 나온 11개 제품은 '곰발접시'를 제외하곤 양산 계약을 맺은 제품이 아직 한 개도 없다.
국회 예산결산위원회도 청년위의 창업오디션에 대해 "효과성이나 실제 사업 추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든다"며 "2011년 유사한 EBS 청년 창업오디션 프로그램 '브레인 빅뱅'이 있었으나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1회로 종료됐다"고 꼬집었다. 이미 민간에서 비슷한 포맷과 콘셉트의 '크리에이티브 코리아(TVN)'ㆍ'황금의 펜타곤(KBS)' 등이 방송을 진행 중이라 '식상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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