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우리나라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TPP는 미국 주도 아래 태평양 연안의 여러 나라가 참여하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우리 정부는 TPP 참여 시기를 놓고 계속 저울질을 해왔다.
정부 당국자는 15일 "TPP를 둘러싼 찬반양론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가야 할 길이라면 양보할 건 양보하고 얻을 건 얻어나가는 방향을 택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서울 코엑스에서는 정ㆍ관ㆍ학계 전문가들이 모인 가운데 처음으로 TPP 공청회가 열렸다.
TPP 참여로 우리가 얻을 경제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긍정론이 우세한 편이다. 미국과 일본이 참여한 TPP가 출범할 경우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TPP 협상에 참여 중인 12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총 26조5000억달러로, 전 세계 명목GDP의 38%를 차지한다. 또 이들 국가의 무역 규모는 세계 무역의 26%인 10조달러에 이른다.
김영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부연구위원은 TPP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 "TPP에 가입하면 정식 발효 후 10년 동안 실질GDP가 2.5~2.6% 증가하는 반면 불참할 경우 같은 기간 동안 오히려 0.11~0.19%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 TPP에 참여하면 석유정제품, 음식료품, 기계, 화학 순으로 수입이 증가하고 수출은 자동차, 석유정제품, 섬유 순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불참할 경우에는 자동차, 1차금속, 석유제품 순으로 수출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TPP는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 수단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중국은 환태평양 국가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고민도 있다. 우리가 TPP에 참여할 경우 한중 관계가 경색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FTA 2단계 협상 중인 데다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도 참여하고 있다.
김정수 한국경제연구원 전문위원은 "TPP 협상과 함께 한중 FTA와 RCEP 등 주요 FTA 협상의 중요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대내적으로는 TPP 참여에 관한 사회적 합의 도출에 나서야 하며, 대외적으로는 기존 FTA 협상에 성실히 임하는 가운데 TPP 참여국의 이해를 구하기 위한 사전 협상에 신속히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TPP 참여에 따른 득과 실을 면밀히 따져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의 전략은 초기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우리의 FTA 실익을 극대화시키는 시점에 참여하는 것"이라며 "현재 우리나라 FTA 실적과 정책 구도에서 TPP 진전 및 조기 참여가 과연 우리나라 국익과 부합하는가에 대한 검토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테면 TPP에 참여하는 것은 TPP 참여 12개국 가운데 우리나라와 FTA를 아직 맺지 않은 5개국(일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멕시코)과 우회적으로 FTA를 맺는 것인데, 시장 개방에 따른 이해관계를 분명히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TPP가 관심을 끈 건 세계 1위 경제대국 미국이 참여를 결정한 2008년부터다. 또 올해는 일본이 TPP 협상에 전격 합류하면서 우리를 포함한 주변국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분위기다. TPP 교섭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기존 TPP 협상 참여 12개국 전체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TPP는 2015년까지 상품의 관세 철폐뿐 아니라 지식재산권, 노동규제, 금융, 의료 분야의 비관세장벽 제거를 목표로 하고 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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