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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정쟁에 갇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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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정쟁에 갇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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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이탈리아가 막 기지개 켜고 있는 유럽 경제에 고춧가루를 뿌리지 않을까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 발간되는 경제주간지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이탈리아가 정국혼란에 빠진 지 1년이 가까워오지만 그 사이 위기가 해소되기는커녕 혼란만 가중돼 모처럼 찾아온 유럽 전체의 희망마저 앗아갈 수 있다고 최근 지적했다.


지난 수년 동안 경기침체와 긴축이라는 고통에 허덕여온 유럽이 올해 마침내 성장의 희망을 찾아가고 있다. 그러나 유독 이탈리아의 상황은 지난해보다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이탈리아의 개혁을 주도해온 전문 관료 마리오 몬티 총리가 지난해 12월 정치권 불신임으로 사임한 뒤 시작된 불안감은 어느덧 현실화됐다. 유럽 제3의 경제 대국 이탈리아는 여전히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발목을 잡는 것은 경제가 아닌 정치다. 투자은행 소시에테제네랄의 아나토리 아넨코프 이코노미스트는 “이탈리아에 필요한 구조조정이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고 꼬집었다.


현지 근로자들은 정치혼란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통계청은 지난 9월 실업률이 전월보다 0.1%포인트, 전년 동월보다 1.6%포인트 오른 12.5%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이탈리아 통계청이 2004년 1월부터 월별 실업률을 발표하기 시작한 이래 최고 수치다. 분기별로도 사상 최악이었던 1977년 1분기보다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4분기 이탈리아의 경제성장률이 -0.3%에 그쳐 다른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회원국의 회복세와 비교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지나친 부채에 있다. 그리스 말고 유로존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이탈리아 경제의 활력을 갉아먹는 주범이다.


엔리코 레타 이탈리아 총리가 과세 단순화, 규제 개혁, 법제 현대화를 추진 중이지만 별 성과는 없다. 연정 상대방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상원의원직 유지를 둘러싼 갈등으로 인해 연정의 존립마저 흔들리는 상황에서 경제 살리기에 매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가 유럽 전체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요르그 아스무센 이사는 “유럽 제3의 경제 대국인 이탈리아가 성장하지 못하는 한 유럽의 번영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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