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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군주론'을 읽지 말아야 할 이유

시계아이콘01분 08초 소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 올해 출간 500주년을 맞았다. 이 정치학의 고전은 그러나 다른 어느 책보다도 많은 오해와 왜곡을 낳았다는 측면에서도 고전이라고 할 만하다.어쩌면 군주론의 지난 500년은 제대로 이해받기 위한 고투 과정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비운은 실은 책 자체의 '원죄'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인자함 대 잔인함, 신의 대 기만 식의 대립을 통해 서술하는 간명한 문체는 한 실천적 지식인이 온 지성과 열정을 결집해 군주를 설득하려 했던 당대의 배경과 함께 이해하지 못하면 매우 엉뚱하게 해석될 위험이 있었다.

특히 이 같은 오독의 함정이 도사린 것이 인민에게 어떤 지도자가 돼야 하느냐는 대목일 것이다. 두려운 사람이 될 것이냐, 사랑받는 사람이 될 것이냐, 둘 다를 얻을 수 없다면 사랑보다는 두려움을 택하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를 우리의 지도자들에게 단순 대입해 보면 어느 정도 들어맞는다. 어떤 이들은 대체로 두려운 이였고, 어떤 이들은 사랑을 받는 쪽이었다. 이제 민주주의의 진전으로 두려움보다는 사랑을 받는 것이 덕목으로 여겨지고 있는데, 그러나 사랑을 얻는 데 실패하자 군주론에서 계시를 받은 듯 두려움으로 급전환한 이가 있었다. 다만 그가 제대로 알지 못했던 건 마키아벨리가 경고했듯 두려움이란 위엄과 신중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두려움을 강권만으로 달성하려고 할 때 그 말로는 마키아벨리가 최악으로 분류한 '경멸받는' 지도자로 전락하는 것이었음을 그 권력자는 생생하게 보여줬다.


지금의 대통령은 사랑과 두려움 둘 다를 추구하는 듯하다. 누구보다 절대적인 사랑을 받아 당선됐고 여전히 흔들림 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제 두려움까지 얻으려는 듯하다. 옛 '용사'들이 귀환해 철옹성의 진용을 구축하고 있는 것에서 그런 의도가 보인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전임자의 비루한 행로가 보여줬듯 권력 그 자체가 두려움을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권력의 와해는 힘이 적어서가 아니라 너무 많은 힘에서 초래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고전은 한편으론 불변의 진리를 담되 상황과 현실에 따라 해석된다는 점에 진가가 있는 책이다. 그런 점에서 귀중하면서도 위험한 책이다.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이미 '군주론'을 읽었는지 모르겠다. 혹시 아직 읽지 않았다면 이 '위험한' 책을 읽지 않는 것이 좋겠다. 그러나 만약 이미 읽었다면 이 '지혜서'를 다시 읽어보기 바란다.






이명재 사회문화부장 prome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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