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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역방향으로 계획하기

시계아이콘01분 03초 소요

"앞을 내다보면서 뒤로 계획을 짜는 법을 배웠다."


영어 매체에서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 기사를 읽다가 마주친 말이다. 계획을 뒤로 짜다니, 무슨 말인가. 도통 뜻이 닿지 않았다.

구글 신세를 졌다. 한 웹페이지의 설명에 따르면 계획을 짜고 실행하는 방식에서 사람은 둘로 나뉜다. 첫째 유형은 막연한 목표를 정해두고 상황에 따라 신축적으로 추진한다. 둘째는 구체적인 목표와 달성 시기를 잡은 뒤 그로부터 역산해서 시기별로 무엇을 한다는 단계를 밟아나간다.


둘째 방식은 목표로부터 거꾸로 할 일을 정한다고 해서 '역방향 계획하기'(backward planning)라고 불린다. 그 CEO가 배웠다고 한 방법이다. 첫째는 '순방향 계획하기'(forward planning)라고 한다.

나는 어떤 유형인가. 마라톤으로 되돌아봤다. 마라톤을 시작한 지 10년이 됐지만 내 기록은 4시간 언저리를 맴돈다. 난 대회를 앞두고 목표를 정하고 기간별로 계획을 짜서 실천한 적이 없다. 상황에 맞춰서 연습했지, 상황을 통제하는 노력은 기울이지 않았다. 예컨대 술자리를 피하거나 덜 마시는 대신 술을 잔뜩 마신 뒤 다음날 취중에 달리곤 했다.


목표가 없으니 그 목표에 이르는 계단을 정해놓지 않았고, 계단을 오르지 않았으니 중간 성취도를 평가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난 대회에 임박해서도 완주 목표 시간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했다.


동호회에서 함께 연습하는 한 분은 '도사'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도사는 마라톤에 지난해 입문했다. 그는 올해 풀코스 완주 시간을 3시간 40분으로 잡았다. 지난해 기록보다 한 시간 가까이 줄여 잡은 목표다. 그는 이 목표에 따라 계획을 구체적으로 마련해 어김없이 실행에 옮겼다.


최근 풀코스 대회 당일에 도사가 동호회 사람들에게 제안했다. "오늘 완주 목표 기록을 각자 얘기한 뒤 누가 가장 근접했는지 내기하자." 그는 3시간 41분에 완주해 목표에 가장 가까이 달렸다. 그 자리에서 내가 급조한 목표와 실제 기록은 7분 차이가 났다.


피터 드러커는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덧붙이면 목표가 없으면 계획도 없고, 계획이 없으면 측정할 수 없다. 고로 관리할 수 없다. 이 말을 뒤집어 실행하면서 도사의 뒤를 따를 참이다.


백우진 선임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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