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경기침체와 규제 강화로 신음 중인 재계가 이번에는 강성노조의 장벽에 부딪혔다.
자동차, 조선 등 제조업을 중심으로 강성노조 집행부가 잇달아 출범하고 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임금인상률이 떨어지고, 복지수준이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걷자 조합원들이 강성노조에 힘을 보태고 있는 것이다. 재계는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경영여건이 더 악화될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선거를 마친 기아자동차, 현대중공업, 한국GM 등에서 강성노조 집행부가 집권했고, 내주 선거를 앞둔 현대자동차 역시 강성 후보 당선이 유력하다.
지난 25일 실시된 기아차 노조 3차 찬반투표에서 당선된 김종석 위원장은 강성으로 분류되는 민주노동자회 소속으로 2009년(20대) 노조위원장을 지난 바 있다. 기아차 노조 사상 최초로 두 번째 집행부 수장에 올랐다.
이달 새롭게 출범한 한국GM 노조 집행부의 정종환 노조위원장 역시 강성으로 분류되는 현장조직 '전진하는 노동자회' 출신이다. GM의 한국 철수설이 연일 제기되는 가운데, 정 위원장은 생산물량 확보를 통한 고용안정과 내년 실시예정인 주간연속 2교대를 전면에 내세워 주목받고 있다.
선거 유세가 한창인 현대차 역시 강성 후보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내달 5일 실시되는 올해 현대차 노조위원장 선거는 5파전 양상이다.
기존 집행부를 구성했던 민주현장의 김주철 전 민주노총 울산본부장과 김희환 금속연대 의장과 함께, 민주투쟁위원회의 손덕헌 전 노조 부위원장, 현장조직 들불의 하부영 전 민주노총 울산본부장, 현장노동자회 소속 이경훈 전 노조위원장 등이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이중 김주철, 김희환, 손덕헌 후보가 강성으로 분류된다. 하부영 후보는 중도좌파, 이경훈 후보는 중도실리파다.
조선업계 또한 강성노조 바람이 불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2001년 이후 12년 만에 강경노선의 정병모 위원장이 온건노선의 현 집행부를 누르고 노조 수장이 됐다. 현대중공업에 이어 현대미포조선도 내달 1일 선거를 앞두고 있다.
재계는 이 같은 강성노조 바람에 초긴장 상태다. 당장 내년 초부터 파업을 앞세운 노조의 강경대응으로 노사관계에 격랑이 일 것을 염려하는 분위기다. 내수와 수출이 모두 꽁꽁 얼어붙은 상황에서 생산차질에 대한 우려도 크다. 국내 대표 강성노조로 손꼽히는 현대차의 경우 올해 파업, 특근거부 등으로 인한 생산차질 손실 규모가 2조원을 넘어섰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동안 파업을 통한 강경투쟁보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실리를 챙겨야 한다는 노사 분위기가 형성됐으나, 지속되는 경기침체에 강성노조가 힘을 얻고 있다"며 "최근 정부 주도로 각종 규제가 강화되는 상태에서 강경노조 출범이 내년 경영의 또 다른 벽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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