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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해영의 좋은시선]코치마저 '멘붕', 두산 라커룸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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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해영의 좋은시선]코치마저 '멘붕', 두산 라커룸의 힘 두산 선수단[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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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까지 지방 구단에서 코치로 몸담았던 A씨. 두산으로 넘어온 그는 새로운 분위기를 경험했다. 선수단이 연패로 내리막을 걸을 때다. A씨는 격려 차원에서 경기 뒤 라커룸을 찾았다. 일반적으로 연패에 빠진 지방 구단의 분위기는 상당히 무겁다. 주장이 자체 미팅을 마련하거나 어린선수들을 대놓고 혼낸다.

그런 선수들에게 코칭스태프는 채찍과 당근을 두루두루 이용한다. 특히 채찍을 꺼낼 땐 자칫 주눅이 들어 기량을 펼치지 못할 것을 우려한다. 두산 라커룸에선 그럴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선수단은 연승을 달리는 지방 구단보다 오히려 유쾌했다.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망설였던 A씨는 요즘 말로 ‘멘붕(멘탈 붕괴)’에 빠졌다.


프로야구는 거의 매일매일 경기를 치른다. 연패와 연승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일희일비해선 절대로 강팀이 될 수 없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나타난 두산 야구의 힘은 이런 연패를 의식하지 않는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특유 긍정적인 팀 컬러가 그들 스스로를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고 할 수 있다.

시즌 전만 해도 두산은 불안했다. 안정을 보인 포지션이 몇 곳에 그쳤다. 확실한 마무리도 없었다. 더구나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는 가장 중요한 후반기에 부상을 입어 두 달여를 쉬었다. 하지만 선수단은 비교적 여유롭게 가을야구에 골인했다.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원동력을 찾을 수 있다. 탄탄한 백업이다. 팀의 간판인 김현수, 홍성흔, 양의지, 홍상삼, 정재훈 등을 내보내지 않고도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지었다. 내부 경쟁으로 다진 끈끈함이 단기전에서 그대로 통했다고 할 수 있다.


1995년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당시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쥔 두산의 전신 OB에는 왼손투수가 한 명도 없었다. 없으면 없는 대로 역사를 써내려갔다. 시즌 초 포지션 중복에 대한 우려에 황병일 수석코치는 이렇게 말했다.


“선수가 부족한 것보단 많은 것이 좋지 않겠나.”


모든 선수들이 함께 기적을 만드는 두산. 일찌감치 한국시리즈 진출 티켓을 거머쥔 선수단엔 3일간의 휴식이 주어졌다. 그들이 체력적인 한계를 뛰어넘어 삼성마저 제압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마해영 XTM 프로야구 해설위원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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