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 #직장 인근 용산구에서 신혼집을 알아보던 전모씨는 최근 서대문구에서 정착하기로 결정했다. 전세매물 찾기가 쉽지 않아 월셋집이라도 알아보려 했는데 용산구 월세가 너무 비쌌기 때문. 인근 서대문구에서 구한 집은 보증금이 2배 이상 높았지만 월세가 용산의 3분의 1수준이었다. 전씨는 "보증금은 나중에 돌려받을 수 있지만 월세는 고스란히 집주인한테 빠져나가는 것이어서 반전세를 택했다"고 말했다.
통계치로는 월세가격이 하락하고 있다지만 월세가 오르는 곳이 적잖다. 서울시내 곳곳에서 월세가 너무 높다며 보다 저렴한 지역으로 옮겨가는 '풍선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다.
18일 한국감정원 및 부동산 114에 따르면 9월 월세가격이 전월 대비 0.1% 떨어지며 6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수도권은 0.2%, 지방광역시는 0.1% 각각 하락했다. 서울의 강북권(-0.4%)은 월세 전환과 전세 선호 현상으로 6개월 연속 내렸다. 강남권(-0.1%)도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이 같은 월세 하락이 실제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가벼워졌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집주인들이 전세금 일부를 월세로 돌리는 통에 반전세가 늘어 월세 평균치가 낮아진 것이다. 흑석동 L공인 대표는 "임대매물 중 60% 이상이 월세"라며 "월세 수익률이 전세보다 높다보니 집주인들이 전세를 보증부 월세로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월세 공급이 급증한 때문이지만 인기 지역에서 살기를 원한다면 높은 수준의 월세를 감내해야 한다.
3.3㎡당 평균으로 보면 강남구에서 보증금과 월세는 229만원에 6만100원이다. 예를 들어 60㎡ 아파트라면 보증금 5496만원에 월세 144만2400원을 내야 하는 셈이다. 이어 서초구가 보증금 193만원에 월세 5만6600원, 용산구가 105만원에 5만5900원이다. 이에 비해 가장 낮은 곳은 금천구로 151만원 보증금에 2만6300원 수준이다.
가구별 평균으로 보면 용산구가 217만원으로 강남구에 비해서도 비쌌다. 평균 보증금 3574만원, 월세 217만원이다. 또 서초구는 보증금과 월세가 각각 7329만원과 212만원, 강남구는 8488만원과 211만원이다. 용산구는 보증금은 낮지만 월세부담이 가장 큰 셈이다. 전씨가 통계만 보고 용산에서 월세매물을 찾다 서대문으로 가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저금리 속에 집주인들이 전세를 속속 월세로 전환하고 있다"며 "전셋값 상승 속에 월세시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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