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 국군 사이버사령부 일부 요원들이 작년 총선과 대선 당시 인터넷 블로그와 트위터 글을 작성했다고 시인한 가운데 군당국이 오는 22일쯤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18일 "국방장관 지시에 따라 군 검찰과 조사본부가 합동으로 관련 의혹을 조사한 결과 의심이 가는 요원 대부분이 정치적인 글을 올린 것에 대해 시인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의혹 당사자들은 개인적으로 글을 올렸다고 밝히고 있다"면서 "조직적인 활동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면밀히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이 올린 정치 성향의 글 일부가 삭제됐다는 의혹에 대해선 "블로그 글의 경우 의혹이 제기된 이후 요원들이 공개에서 비공개로 바꿨는데 다시 공개로 전환했다"며 "트위터가 삭제됐다는 의혹의 경우 관련된 사람의 컴퓨터를 받아서 복원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군무원 3명과 부사관 1명 등 총 4명의 사이버사령부 요원이 인터넷 글 또는 트위터로 야당 후보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으며, 이 중 일부가 국정원의 트위터 글을 퍼 나르는 등 국정원과의 연계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방부 측은 "관련 요원 수에 대해선 아직 조사가 끝나지 않아 밝힐 수 없다"며 "국정원 연관 의혹을 포함해 면밀히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이들이 속한 것으로 알려진 사이버사령부의 사이버심리전단 요원 모두를 상대로 조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관진 국방장관도 지난 16일 국방부 기자실을 방문해 '정치 글' 파장이 불거진 국군사이버사령부가 국정원 예산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국정원에서 일부 예산을 주지만 (사이버사령부는) 국방부 장관의 지휘와 감독을 받는다"며 "국정원과는 협조 관계다. 국정원의 지시를 받거나 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군당국이 22일 발표할 댓글 조사결과는 조직적인 선거개입인지, 아니면 ‘군장병 SNS 활용 가이드 라인’ 등 복무규율을 위반한 개인적인 차원의 댓글 활동이었는지 여부다. 국방부는 지난해 ‘군장병 SNS 활용 가이드 라인’을 마련했다. 국방부가 마련한 가이드 라인의 내용 가운데는 군의 정치적 개입 금지 등 내용도 담겨 있다.
또 야권에서 주장하는, 국방부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셀프 조사’를 못 믿겠다는 반응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여부다.
민주당은 “이번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의혹 사건은 국방부가 조사할 게 아니라 검찰 등 사법기관으로 넘겨 조사해야 한다”며 “사이버사령부 전반에 대해 조사할 필요가 있으므로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이 ‘제2의 국정원 사건’으로 번질 여지는 얼마든지 있는 데다 야당이 사이버사령부에 대한 총공세를 펴고 있어 일단락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이번 사건을 계기로 꺼져가는 듯 했던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과 국정원 개혁 이슈의 불씨가 다시 점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이번 사건과 관련, 사법기관의 수사와 함께 국정조사 및 특검을 요구하며 국감 이후에도 연말까지 정기국회의 핵심쟁점으로 끌고 가기 위해 총력전에 들어갈 태세이다.
군 관계자는 "사이버사령부 댓글 당사자를 중심으로 조사를 하겠지만 국정원과 연계하는 공세는 계속될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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