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성희 기자]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축소·은폐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공판에서 검찰이 지난해 서울지방경찰청이 수서경찰서 쪽에 의도적으로 부실한 분석 결과물을 넘겼다고 지적했다.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이범균)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검찰은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물을 누락하는 등 은폐의 연장선상에서 부실한 자료를 넘겼다”고 말했다. 서울청의 고의로 수서서 수사팀이 정상적으로 수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이날 법정에서는 수서경찰서 수사팀이 당시에 건네받은 하드디스크에 대한 검증이 있었다. 여기에는 국정원 직원의 컴퓨터에서 추출한 인터넷 접속기록 등이 들어 있었다.
검찰은 “서울청이 수서서에 넘긴 결과물은 알아보기 어려운 정도였다”고 꼬집었다. 검찰은 목록에 들어 있는 2만여개의 자료 중 10개 내외의 것만 구체적으로 내용 확인이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서울청은 당시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지만 사실은 분석결과를 넘기지도 않았던 것”이라며 “서울청의 주장에 모순점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 전 청장은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축소·은폐한 의혹과 관련해 형법상 직권남용, 경찰공무원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대선을 코앞에 둔 지난해 12월16일 경찰은 “대선 후보 관련 비방·지지 게시글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이례적인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검찰 조사 결과 서울경찰청은 증거분석 과정에서 이미 확보한 단서조차 실제 수사를 맡은 수서서에 넘겨주기를 거부하며 수사를 방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양성희 기자 sungh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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