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 지난 4년간 48억원 투입..보수예산은 3%에 불과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강원도 철원군 월하리 '달이 머무르는 마을'에는 2009년 지역작가들과 주민들이 함께 만든 다양한 조형물과 미술작품이 곳곳에 설치돼있다. 중부전선 최전방 민간인 통제선 부근에 위치한 이 마을은 당시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마을미술프로젝트'사업에 전국 143개 신청 지역들을 물리치고 최종 9개 지역에 선정됐다. 하지만 4년이 지난 현재,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일부 조형물은 오히려 흉물로 전락했다. 한 조형물은 주변 잡초에 둘러쌓여 지지대 및 아크릴판이 손상된 채 방치돼있으며, 벽면 자체가 손상된 벽화도 있다.
이처럼 문화부가 지난 4년간 전국 57곳에 조성한 마을미술프로젝트사업이 사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사업효과가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5일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이 문화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문화부가 마을미술프로젝트사업에 총 48억원을 투입했지만 보수예산은 고작 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유지관리에 대한 책임 소재도 명확하지 않다.
'마을미술프로젝트'는 사람과 자연, 예술이 조화된 창조적 생활예술로, 지역 주민들에게 높은 호응을 받았다. 또 예술인들과 주민들이 직접 참여한 작품들로 인해 해당 지역이 지역관광명소로 자리 잡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사업시행 후 불과 1~2년 만에 미술품의 재질과 조형물의 내구성에 따라 설치된 작품들이 망가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더 문제는 수시적인 사후 보수가 되지 않아 애써 만든 작품이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는 것이다.
마을 미술프로젝트 사업에 선정된 지자체는 사업추진 및 완료 이후 사후 유지관리 부분으로 총 사업비의 3%를 유지관리비로 책정해 2년간 별도계좌로 사용한다. 그러나 2년 이후 유지관리에 대한 부분은 별도 협의 사항이 없는 경우가 많아 문화체육관광부와 지자체가 서로 책임 떠넘기기식으로 방치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경북 안동 신세동 벽화마을에 조성된 새싹길은 계단마다 색색의 타일을 붙여놓았지만, 현재는 일부 타일이 떨어져나간 것은 물론이고, 타일 간에도 균열이 발생해 지저분한 모습을 띄고 있다. 경기도 양평 남한강 갈산공원에 설치된 나무합판으로 만든 조형물도 누렇게 변색되고, 훼손이 계속 진행돼 보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공원 건물에 그려놓은 벽화도 색이 바래지고, 그을림, 얼룩 등이 생겨 오히려 미관을 해치고 있다.
김희정 의원은 "마을미술프로젝트 사업 계약당시 사후보존 주체에 대한 명시적인 협약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가 많고, 작품의 수시관리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아 이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며 "마을미술프로젝트를 살리기 위해 문화부와 지자체가 함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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