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15%대마저 무너질까. 한때 국내 수입차 시장을 이끌던 일본차 브랜드가 독일차에 밀려 점점 위축되고 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30%대의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던 일본차는 지난해 10%대 후반으로 떨어진 데 이어 올해는 15%대 선마저 붕괴될 상황에 처했다.
10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3분기까지 국내에 등록된 수입차 중 일본차의 비율은 14.6%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17.7%에서 3.1%포인트 떨어진 수준이다. 9월 누적 점유율 역시 12.3%로 전년 동월 18.4%에서 급락했다. 전월 대비로도 소폭 떨어지며 올해 연간 점유율에도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지난해 일본차 브랜드의 국내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18.3%. 그러나 이 같은 추이라면 올해 15%대가 붕괴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이 경우 일본차는 2001년 이후 12년 만에 15%대 아래로 떨어지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중반만 해도 수입차 3대 중 1대는 일본차였다"며 "당시에 비하면 지금의 기세는 많이 위축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몇 년간 일본차 브랜드의 부진은 한국인들의 독일차 및 디젤 선호 열풍에 따른 것이다.
일본 대지진 등의 여파로 판매에 어려움을 겪던 도요타가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다시 회복세를 나타냈으나, 전체 일본차 브랜드의 약진을 이끌기에는 부족했다는 평가다. 당초 일본차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됐던 엔저 현상도 국내에서는 영향이 제한적인 데 그쳤다. 대대적으로 일본차 브랜드의 신차 론칭이 이뤄졌던 지난해에 비해 올해는 판매량을 늘릴 수 있는 신차 또한 부족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에 디젤 열풍이 불고 있는 것과 달리, 일본차 브랜드는 디젤차 라인업이 부족하다"며 "지난해 출시한 신차가 많았음에도 신차 효과를 크게 보지 못한 까닭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브랜드별로는 도요타가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시장 점유율 5.19%를 기록하며 전년 8.37%에서 3%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2007~2008년만 해도 20%대 점유율을 자랑하던 렉서스(3.38%)와 혼다(3.37%)는 나란히 3%대에 그쳤고, 닛산(1.93%) 역시 전년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이에 반해 독일차 브랜드의 기세는 말 그대로 파죽지세다. 3분기까지 독일차 브랜드의 누적 시장점유율은 67.5%로 70%를 내다보고 있다. 전년(64.7%) 대비 2.8%포인트 상승했다.
브랜드별로는 BMW(21.61%), 메르세데스-벤츠(16.01%), 폴크스바겐(15.95%), 아우디(12.67%) 등이다. 지난달 5시리즈 론칭에 따른 대기수요 영향으로 판매가 급감한 BMW를 제외하고는 모두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탈리아, 프랑스 등을 포함한 유럽차 브랜드의 국내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78.1%를 기록했다.
올해를 불과 1분기 남긴 일본차 브랜드들은 이달부터 신차 출시를 통해 판매를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먼저 도요타가 이달 초 프리미엄 대형 세단 아발론을 출시하며 선두에 섰다. 이미 미국 시장에서 성공적 평가를 얻은 만큼, 자신감도 충만하다. 월 판매 목표는 30~40대 선으로 볼륨모델은 아니지만 브랜드 이미지 향상뿐 아니라 전체 판매 판도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도요타 측은 기대하고 있다.
닛산 역시 일 년 만에 신차를 선보인다. 오는 14일 출시되는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쥬크가 그 주인공. 인피니티도 프리미엄 스포츠 세단 Q50의 국내 판매를 조만간 시작할 예정이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