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시승을 위해 아발론을 처음 넘겨받았을 때, 생각보다 작다는 느낌이 먼저 들었다. 앞서 나카바야시 히사오 한국토요타 사장이 "포드의 토러스나 크라이슬러 300C 정도와 직접 경쟁할 것"이라고 말했던 만큼 도요타가 만들었다고는 해도 미국차 특유의 두툼한 외관을 먼저 상상했기 때문일 테다.
아발론은 도요타가 미국 시장을 겨냥해 개발해 현지에서만 생산하고 있는 차다. 미국 이외 판매되는 곳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지역 일부 국가뿐이다. 미국 소비자에 최적화돼 있다는 뜻이다. 겉으로는 작아 보였지만 앞ㆍ뒷좌석 등 실내공간은 물론 트렁크도 넉넉했다.
아발론 개발을 총괄한 나카호 토시히로 도요타 부수석 엔지니어는 "동급 가운데 비교적 작은 차체 사이즈지만 뒤쪽의 넓은 공간을 중심으로 동급 최대 실내공간과 넓은 적재공간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공차중량을 따져보면 1600㎏ 수준으로 경쟁차종에 비해 300~400㎏ 정도 덜 나간다는 게 회사 측 설명. 이만큼의 차이는 실제 운전과정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대형'임에도 꽤 역동적인 주행성능을 보여준다. 뒷문 쪽 리어쿼터패널을 매끈하게 처리하는 등 외부디자인에서도 날렵한 점이 우선 강조됐다.
다양한 편의장치는 아기자기한 맛이 느껴진다. 도요타 라인업 가운데 처음 적용했다는 정전식 터치방식을 적용한 에어컨ㆍ오디오 컨트롤러는 처음엔 다소 어색했으나 이내 편리해졌다. 각 좌석별 온도를 따로 조절할 수 있는 에어컨, 사용치 않을 때는 제거할 수 있는 스마트폰 전용 트레이, 운전석과 조수석에 적용된 통풍ㆍ난방시트 기능도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대시보드를 포함한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넓직한 느낌을 준다. 이전 모델에 비해 위아래 부분이 각각 30㎜, 65㎜ 는 덕분이다. 계기판 가운데 부분엔 연비ㆍ속도 등 주행정보를 비롯해 내비게이션과 연동한 길안내도 표시된다.
운전을 시작해 끝낼 때까지, 도요타 고유의 정숙성은 잘 묻어난다. 내부 곳곳에 흡음ㆍ방음소재를 적용한 건 물론 사이드미러까지 실내로 들어오는 소리를 최소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는 게 괜한 말이 아니었다. 이번 시승코스였던 인천대교를 지날 때도 차를 스치는 바람소리가 적었다. 나카호 엔지니어는 "탑승자들 간 대화를 원할하게 할 수 있느냐 여부를 중요시했다"고 말했다.
전작에 비해 주행성능의 비중을 높인 만큼 달리는 재미는 나쁘지 않다. 자동변속기의 반응도 빠르고 에코ㆍ노멀ㆍ스포츠 등 총 3가지로 선택할 수 있는 주행모드는 스티어링휠과 엔진까지 동시에 제어한다. 핸들링은 다소 딱딱한 느낌을 줬다.
영종도와 인천대교 등을 오가며 100㎞ 정도를 주행하고 난 후 실제 찍힌 연비는 7.8㎞/ℓ. 잦은 급가속과 급제동 때문인 듯했지만 공인연비(복합 9.8㎞/ℓ)에 비해 떨어지는 부분은 아쉬웠다.
일본에도 판매되지 않는 아발론까지 한국에 들어오면서 도요타는 북미지역에서 생산하는 모든 차량을 한국에 소개하게 됐다. 한국시장에 들어온 지는 이번 달로 딱 4년. "목표치는 월 30~40대 정도"라며 겸손을 보였지만 도요타의 '혼네'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5000만원도 안 되는, 공격적인 가격정책을 감안한다면 말이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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