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출구전략 시사 이후 급락했던 신흥국의 통화가치가 반등에 성공했다. 5월 말 이후 대폭락했던 것에 비하면 회복세가 미약하다는 지적도 있으나 끝없이 추락하던 이머징 마켓 통화가 바닥을 찍었다는 분석이 많다.
해외 자금 이탈과 통화가치 급락으로 골머리를 앓던 신흥국 경제가 국면 전환에 성공한 데는 FRB의 양적완화 유지와 시리아 사태 안정 같은 국제 변수의 덕도 있다.
그러나 영국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금융시장의 위기를 진화하는 데 신흥국 정부의 노력이 주효했다며 외환보유액에 큰 손실 없이 통화가치를 방어했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도·인도네시아·터키·브라질·태국 등 10개 신흥국의 통화가치는 8월에만 평균 4.6% 하락했다. 인도 루피와 인도네시아 루피아의 통화가치는 각각 10% 넘게 떨어졌다. 필리핀 페소와 브라질 헤알은 2%대의 하락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이들 신흥국의 외환보유액은 오히려 평균 0.3% 늘었다. 인도·필리핀·브라질의 외환보유액이 소폭 줄었지만 터키·멕시코·인도네시아는 2~4% 증가했다.
지난달 말 현재 브라질·인도의 외환보유액은 각각 3670억달러, 2777억달러로 중국·일본과 함께 10위권 안에 포함된다. 그러나 이들 국가는 통화가치 방어에 보유 외환을 쓰지 않았다. 대신 기준금리를 올리고 시장에 달러화를 직접 공급했다.
터키 중앙은행도 시장의 예상과 달리 2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환율방어에 나섰다. 인도네시아는 통화 스와프를 체결하고 명품 수입 관세 인상에 나섰다.
신흥국의 이런 대책은 과거 아시아 금융위기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당시 신흥국들은 보유 외환으로 자국 통화가치를 방어하는 게 큰 효과가 없다는 깨달음에 이르렀다. 게다가 최근 외환시장의 근본적인 혼란 원인은 과거와 달라 다른 방법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영국의 경제 연구소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과거 위기로부터 외환시장의 혼란이 커질수록 외환 비축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이들 국가의 외채 규모가 줄고 투자자들의 자신감이 회복되고 있는 것도 환율방어에서 비전통적 대책을 선호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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