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의 유동성 위기에 경쟁사 투자자들이 조용한 미소를 짓고 있다. 위기감이 고조될수록 상대적인 안정성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한국거래소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전날 동양그룹 계열사들은 형제그룹인 오리온이 지원을 거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동반 하한가로 추락했다. 동양과 동양네트웍스, 동양증권이 나란히 하한가로 떨어졌다. 보험사인 동양생명만 1.44% 하락에 그치며 폭풍우를 피했다.
반면 동양그룹 계열사들과 경쟁관계에 있는 업종에 속한 기업들은 비교적 탄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동양증권이 속한 증권업종은 지난 23일 0.35% 올랐다. 레미콘사업이 주력인 동양의 경쟁사인 유진기업은 이틀 연속 보합권에서 공방을 벌이는 중이다.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건설업황을 감안하면 선전하는 모습이다.
증권업종은 이날 오전 지수가 2000선 아래로 밀리며 다시 약보합세로 돌아섰지만 우량주 중심으로 건전성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동양증권 자체적으로 유동성 위기를 언급할 수준은 아니지만 그룹 리스크가 다시 부각되면서 그룹 계열에 따라 명암이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동양증권이 동양그룹 순환출자 구조의 핵심에 있기 때문에 그룹 유동성 우려로 인한 고객 이탈이 일어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증권주 투자자들이 이번 사태로 계열 그룹의 유동성 및 건전성에 대해서도 재고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말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삼성증권이 대표적인 반사이익을 볼 수 있는 종목이다. 그룹의 안정성이라는 측면에서 국내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손 애널리스트는 "그룹 안정성이 매우 높고, 보수적인 투자정책을 견지하고 있는 삼성증권의 경우, 건전성 프리미엄에 있어 가장 큰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며 목표주가 6만2000원 및 업종내 최선호주 의견을 유지했다.
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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