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정부가 17일 발표한 중견기업 성장사다리 정책에 대해 중견기업계는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입장을 밝혔지만, 중소기업계는 '이해 상충'을 우려하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중견기업 성장사다리 정책은 연 매출액 2000억원의 중견기업에게는 공공구매시장 퇴출을 3년 유예해 주고, R&D 세액공제 기준을 기존 3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상향조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중견기업 전용 펀드를 조성하는 한편 중소기업 적합업종 관련 규제도 한층 완화시킨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순간 77개의 혜택이 사라지는 '지원 절벽'과 20개의 규제에 직면하는 '규제 산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대해 중견기업연합회(이하 중견련)는 논평을 내고 "이번 방안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우리 경제의 지속성장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중요한 초석이 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가업승계·R&D세액공제, 인력과 판로 확보 등에서 보완·개선할 점이 있다고 지적하긴 했지만, 비판의 수위는 낮은 편이다.
반면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기중앙회)는 이번 정책이 신중치 못했다는 지적이다. 중견기업으로의 성장단계에 있는 중소기업이 아닌, 이미 중견기업 울타리 안에 들어가 경쟁력을 갖춘 기업에 '퍼주기'식 지원을 했다는 것. 중기중앙회는 대책 발표 직후 곧바로 논평을 내고 "이번 대책이 가능성 있는 중소기업·예비 중견기업을 중견기업으로 육성, 발전시키는 것이 아닌 중견기업 자체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특히 많은 중견기업들이 자생적으로 자라난 '독립형 중견기업'이 아닌 대기업과의 거래를 위주로 하는 '종속형 중견기업'인 만큼, 후자에 대한 지원은 대기업에 우회적 지원을 해 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종속형 중견기업에 R&D 자금을 지원해 주는 것은 결국 대기업에 대한 간접 지원"이라며 "독립적으로 자라난 중견기업에 지원을 몰아주는 '선별적 지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공구매시장에서 중견기업 퇴출을 3년 연장해준 것도 도마에 올랐다. 공공구매 시장 내 중소기업간 경쟁제품 시장은 규모가 20조원에 달하며 중소기업들의 판로 확보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중기중앙회는 "중소기업간 경쟁제품에 대한 중견기업 제한적 참여 허용은 중소기업 보호와 육성이라는 제도 도입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해당 중소기업들과 이해가 상충돼 많은 갈등이 예상되므로 보다 신중한 접근과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견기업이 보호·지원 대상이 아닌 육성 대상임에도, 정책이 지원에만 치우쳐 있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중기중앙회는 "정부가 여타 중소기업 지원법률과 동일하게 별도 중견기업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은 제도 마련의 방법론적 측면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며 "좀 더 면밀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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