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상장회사의 주식 3% 이상을 소유하기 쉽지 않아
-재계, 투기 세력 경영권 장악, 경영권 방어 인한 과도한 자금 투입 우려
[아시아경제 전슬기 기자] 9월 정기국회에서 논의될 경제민주화 법안들은 기업의 경영투명성을 제고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졌다. 대주주의 손발을 묶어 '주주 민주주의'를 강화하겠다는 것인데 대표적인 것이 상법개정안이다.
지난 7월 법무부가 입법 예고한 상법개정안은 ▲감사위원 분리선출 ▲집행임원제 ▲집중투표제 간접적 의무화 ▲소액주주를 위한 전자투표제 일부 의무화 ▲다중대표소송 도입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가운데 재계는 감사위원 이사 선출시 3% 이상 소유 주식분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키로 한 부분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보고있다.
상법개정안에 담긴 감사위원 분리 선출안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회사가 감사위원을 뽑을 때 처음부터 다른 이사와 분리 선출하고, 의결권도 3%로 제한한다는 게 골자다. 현재는 감사를 대신해 감사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의 3분의 2 이상을 사외이사로 채워야 한다. 감사위원은 최대주주의 의지가 반영된 인물이 대부분 선임된다. 따라서 정부는 분리 선출안 통과로 감사위원의 독립성 확보와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재계가 우려하는 부분은 두 가지다. 투기 세력의 경영권 장악과 기업의 경영권 방어로 인한 과도한 자금 투입이다.
이 법안에 따르면 소액주주들은 적어도 3% 이상의 의결권을 가져야 감사위원을 선임할 수 있다. 하지만 소액주주가 대규모 상장회사의 주식 3% 이상을 소유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외국계 펀드나 경쟁기업들이 의결권 제한 규정을 이용해 지분을 분산하고 서로 규합하면 자신들의 인사를 선임해 경영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2003년 SK는 소버린 자산운용의 경영권 공격을 받았다. 소버린은 SK 주식 14.99%를 매입해 2대 주주가 된 후, 5개 자회사에 이 지분을 쪼개 맡겼다. 보유 주식의 의결권을 전부 행사하기 위한 방책이었다. 이후 소버린은 SK에 경영진 교체와 집중투표제 도입 등을 요구했다.
기업들은 또한 경영권 확보가 취약해지면 방어를 위해 자금을 투입할 수 밖에 없다. 2006년 KT&G는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의 공격을 받았을 때 경영권 방어를 위해 2조8000억원을 투입하기도 했다. 이런 기업의 자금 출혈은 자연스레 투자를 기피하게 만든다. 연구개발(R&D)과 시설 도입은 물론 고용까지 축소된다는 이야기다.
재계는 "지주사로 전환한 SKㆍLGㆍGSㆍ두산 등은 3%룰 적용시 대주주가 3% 내외의 지분만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투기 세력의 경영권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한상의, 전경련 등 19개 경제단체는 지난달 22일 상법개정안의 전면 재검토를 요청하는 공동건의문을 발표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재계의 입장을 반영해 '속도 조절'을 요구한 상태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이혜훈 최고위원이 찬성하는 것과는 달리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개정안을 반대하고 있다. 법무부는 공청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후 관계부처와 협의로 최종 정부안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야권과 시민단체들은 '개혁후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고, 재계는 재계대로 '생색내기식 완화는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정기국회에서 격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슬기 기자 sgju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