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형 전 LA한인축제재단 이사장, 교포사회 경제활성화 공로 인정
시의원 만장일치로 결정돼
[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미국은 이민자들로 이뤄진 나라다. 하나로 융합되는 '멜팅 팟'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은 각 이민자 커뮤니티의 독특한 문화적 전통과 자긍심을 서로 존중해야 한다. 이런 곳에 이름을 딴 표지판이 세워진 것은 놀라운 일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한인타운 중심가 사거리 교차로에 '김진형 교통표지판'이 세워진다. 표지판이 세워지는 올림픽 블루버드와 버몬 에비뉴 교차로는 LA에서도 가장 교통량이 많고 붐비는 곳이다. 지난달 2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의회는 김진형 전 LA한인축제재단 이사장의 커뮤니티 봉사활동 공로를 치하하기 위해 이 같이 결정했다.
김진형 전 이사장 개인사가 곧 LA 한인사회의 역사다. 그는 일본이 한국을 강점하고 있던 1933년 9월 평양에서 태어났다. 이후 1968년 가족과 미국에 이주해 1971년 올림픽 거리의 킹슬리와 하바드 거리 사이에 '한국서적센터'라는 조그마한 서점을 개업했다. 이듬해 사회단체 '코리아타운 번영회'를 조직, 한국의 날 축제 퍼레이드를 LA에서 최초로 개최했다. 이 행사는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았다.
LA에 한글과 영어로 된 이중언어 간판을 부착한 것도 김 전 이사장의 작품이다. 그는 소수였던 한인 이민자들의 비즈니스가 보다 활력 있게 주류사회 안에서 인정받고 커뮤니티의 구심적 동력을 모으려면 업소마다 한글ㆍ영어로 된 이중언어 간판을 부착해야 한다는 데 호응을 이끌어냈다. LA 캘리포니아 주립대 (CSULA)에 초기 이민자들의 생활 영어교육을 위한 이중언어 교실도 설치했다.
1970년대 중반에는 최초로 미 주류사회에 한국을 알리고 한인들의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미국LA한국의 날' 제정에 앞장섰다. 당시 한인타운은 주거지역으로 지정된 탓에 상업활동에 발이 묶인 상태였다. 김 전 이사장은 침체돼 있던 개인사업의 원동력을 살려내고 막 싹이 트이기 시작한 한인타운을 보다 비즈니스 친화적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는 취지로 '코리아타운 개발의 세부 기획안'을 시 정부에 제출했다.
봉사에도 앞장선 김 전 이사장은 노인복지를 감독하는 LA 카운티 정부 커미셔너로 18년간, LA 경찰국 허가 심사 고문으로 13년 동안 활동했다. 이런 공로를 평가해 LA시 의원들이 만장일치로 '김진형 교통표지판'을 세우기로 결의한 것이다. 한 한인사회 관계자는 "이번 김진형 팻말의 만장일치 통과는 추석을 앞둔 한인사회는 물론이고 한국에도 아주 기쁜 소식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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