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 축소..선진국 신흥국 이해조정에 한국 중재자 역할 주목
G20 의제 주도하는 '촉진자'로 부상도 관심..시리아 사태는 복병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이번 G20 정상회의를 바라보는 지구촌의 시선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를 둘러싼 선진국과 신흥국의 입장 차 조율에 모여 있다. 또 질 높은 일자리창출을 통한 성장이란 글로벌 화두를 두고 G20이 구체적 실천방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G20이 세계경제를 이끄는 국가들의 정책을 조율하는 효율적 장치로써 기능을 재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희망과는 별개로 '시리아사태 해법'을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신경전은 G20 분위기를 압도할 것이며, 결국 국제사회의 분열상만 드러낼 뿐이란 지적이 지배적이다.
◆美출구전략 선진국·신흥국 입장 차 좁혀지나=이 핵심 이슈는 지난달 19∼20일 G20경제장관 회담에서 큰 틀의 합의가 이뤄졌다. 신중한 양적완화 출구전략을 종용하며 국제사회와의 명확한 소통을 강조하는 게 주 내용이다. 그러나 공이 G20 정상회의로 넘어와 그 어감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미국은 경제 정상화 과정의 일부라며 양적완화 축소의 정당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할 태세다.
이 문제에 가장 민감한 쪽은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 브릭스(BRICs) 국가다. 양적완화 축소로 유동성을 우려하는 투자자들이 자금을 이들 국가로부터 빼내고 있다. 전 세계가 장기 성장 모멘텀을 찾아야 할 절박함을 내세워, 미국이 자신의 이해뿐 아니라 세계 경제를 고려하는 정책을 펼치라는 게 이들의 주문이다. 브릭스 국가들은 정상회의 기간 중 따로 모임을 갖는 등 긴밀하게 움직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신흥국의 시장수요 창출로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는 점을 내세워 "기축통화국이 통화정책 기조를 바꿀 경우 자국 경제상황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까지 감안해 신중히 이행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칠 예정이다. 신흥국 역시 외부 충격에 대한 안전망 확보 차원에서 거시 건전성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의 주장이 공동선언문에 어떤 수준으로 반영될지 관심이다. 이 문제는 G20 첫날인 5일 오후(현지시간) '세계경제와 성장' 세션에서 논의된다.
◆반부패·조세회피 근절 등엔 이견 없어=다국적기업의 역외 조세회피를 방지하기 위한 논의는 이번 G20에서 처음 이슈화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제안하는 세정당국 간 정보교류도 대다수 회원국이 동의하므로 큰 논쟁 없이 선언문에 채택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OECD 주도로 글로벌 조세정보 교환 모델을 내년까지 개발하기로 합의된 상태다.
그러나 국제금융체제 개혁 문제는 복잡하다. 선진국은 자신들 위주의 IMF 체제를 유지하려 들지만, 신흥국은 IMF 내 위상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IMF 쿼터 개혁이 답보상태에 있어 브릭스 국가들의 조바심이 커지고 있다.
박 대통령이 선도발언(Lead Speech) 하는 일자리창출 문제는 G20 회원국이 어떤 수준으로 이에 호응하고 향후 G20의 주요 아젠다로 설정할 것인가가 관심사다. 이는 G20의 논의방향을 주도하는 '촉진자'로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것과 관련 있다.
한편 일자리 문제에 있어 G20 회원국들은 중요성엔 공감하지만 방향에 대해선 다양한 견해를 내고 있다. 내년 의장국인 호주는 문제의 원인에 대한 연구부터 진행하고 향후 결과를 내자는 입장인 반면, 러시아는 이번 회의에서부터 이 문제가 크게 부각돼 구체적 합의가 도출되길 원한다.
◆시리아 사태로 분열되는 국제사회=공식 의제와 상관없이 시리아 이슈가 G20 분위기를 압도할 수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시리아 군사개입에 대한 국제공조를 얻는 마지막 기회로 이번 회의를 활용할 것이다. 반면 시리아의 우방국으로서 러시아는 미국에 직접적으로 문제를 걸겠단 계획을 이미 밝혔다.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영국·프랑스·터키·중국 등의 행보도 관심사다. 미·러 두 정상의 만남은 취소됐지만 오바마와 푸틴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든 만나 대화를 나눌 가능성이 높다.
이는 박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상황과도 유사하다. 일본은 이번 회의를 계기로 한국과 중국 정상과의 만남을 요청했다 거부당했다. 한중일 3국의 역사 논쟁 및 영토 이슈가 어떻게 터져 나올지 지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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