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인도네시아)=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바이오시밀러는 동일한 (정부) 예산으로 더 많은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 것이다. 셀트리온의 '램시마'가 류마티스질환 치료에서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것이다."
지난달 31일 인도네시아 발리 인터네셔널 컨벤션 센터(BICC)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류마티스학회(APLAR)'에서 만난 토르 크비엔(Tore Kvien) 전 유럽류마티스학회(EULAR)회장은 "류마티스 전문의에게 램시마는 또 하나의 '레미케이드'(오리지널약)"라며 이 같이 말했다. 크비엔 교수는 현재 노르웨이 디아콘이에메트병원에서 류마티스내과 과장을 맡고 있다.
크비엔 교수가 램시마와 레미케이드를 동일하게 평가한 이유는 간단하다.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유럽의약품청(EMA)의 최종 승인을 통과한 만큼 램시마를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EMA의 가이드라인은 엄격하다. 임상시험부터 허가에 이르기까지 EMA의 검토를 거쳐 램시마가 최종 승인을 받았다는 것 자체로 (임상)데이터를 신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격 측면에서도 램시마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했다. 현재 노르웨이는 류마티스 질환자의 20%가 바이오의약품을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환자 접근성이 매우 높지만 건강보험 재정에는 타격을 준다. 때문에 오리지널약과 동일한 효능과 안전성이 담보되고 가격이 더 저렴한 바이오시밀러가 있다면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크비엔 교수는 "치료 효과나 부작용 측면에서 바이오의약품은 뛰어나나 가격이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노르웨이 국가가 주도하는 의약품 입찰과정을 보면 기존 약과 효과와 안전성 측면에서 동등하다는 전제 하에 가격을 두 번째로 고려한다. 램시마는 EMA 승인을 받은 만큼 기존 약 보다 저렴하다면 새롭게 구매할 의약품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대로 매년 열리는 노르웨이의 의약품 입찰 시장에서 램시마가 선택받으면 새로운 류마티즘 환자는 램시마를 1순위로 처방받게 된다. 조만간 레미케이드를 처방받던 환자에게 램시마를 교체 투여한 '긍정적인' 임상시험 결과가 나올 경우 기존 환자들까지 대체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의약품 입찰 공고는 10월께 나오는데, 제약사가 제출한 가격과 효능·안전성에 대한 검토를 거쳐 정부의 최종 선택을 받으면 이듬해 2월부터 실제 처방이 이뤄진다. 현재 노르웨이에는 레미케이드 특허가 없어 램시마가 바로 진입할 수 있다.
특히 기존 약 대비 가격이 10%만 내려가도 엄청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가격이 10%만 저렴하더라도 엄청난 혜택이 있다"며 "예를 들어 현재 노르웨이의 류마티스 환자가 대략 1만명 정도 있는데 바이오시밀러 가격이 10%만 싸지면 적어도 1000명의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동일한 정부 예산으로 더 많은 환자들에게 바이오의약품에 접근할 수 있는 문호를 열 수 있다는 의미다.
발리(인도네시아)=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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