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누를 온라인대학 세운다” 벤처기업가의 당찬 도전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우리 목표는 하버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다.”
아직 1기 입학생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앞으로 설립할 대학을 세계 최고로 만들겠다고 장담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교직에 몸담은 적도 없다. 1999년에 온라인 사진 인쇄업체 스냅피시에 참여해 10여년 동안 경영한 사업가 벤 넬슨(38·사진)이다.
넬슨은 교육방식이 기존 대학과 전혀 다른 '미네르바 프로젝트'를 구상해 2011년에 회사를 설립하고 CEO를 맡았다. 미네르바 프로젝트는 온라인 강의를 기반으로 기존 대학교육의 군더더기를 모두 들어내 학비를 아이비리그 대학의 절반으로 낮추면서도 수익을 올리겠다는 내용이다.
넬슨은 이 구상을 제시해 지난해 벤치마크로부터 2500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벤치마크는 이베이와 트위터 등에 투자한 벤처캐피털 회사다.
미네르바 프로젝트가 기존 대학 시스템을 창조적으로 파괴하는 혁신이 될지, 아니면 현실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공상으로 판명이 날지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한 여러 매체가 잇따라 이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있다.
미네르바대학은 2015년에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첫 신입생을 150명 정도 받을 계획이다. 정년이 보장된 교수진을 갖추는 대신, 교수들이 단기계약에 따라 온라인을 통해 강의하도록 할 계획이다. 학생들은 4년 내내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함께 공부한다. 캠퍼스는 갖추지 않고, 기숙사와 온라인 강의실도 빌려서 마련한다. 미네르바대에는 도서관도 없고 학생회관도 없다. 공공도서관을 활용하고 커피숍에서 만나면 된다고 넬슨은 생각한다.
넬슨은 앞으로 10~15년 동안 2년 마다 세계 주요 도시 1곳에 미네르바대를 세울 계획이다. 글로벌 네트워크가 갖춰지면 학생들은 졸업할 때까지 여러 도시를 돌면서 공부하게 된다.
미네르바대는 지식보다는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는 데 중점을 둔다는 방침을 세웠다. 자유전공학부 중심 대학으로 운영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온라인강의는 소규모 토론 중심 세미나로 진행된다.
미네르바 프로젝트는 학계 유력 인사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래리 서머스 전 하버드대 총장이 자문위원장을 맡았다. 초대 학장은 스티븐 코슬린 전 스탠퍼드대 행동과학고등연구센터장이 맡았다.
넬슨은 명문대의 전통을 너무 만만하게 본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름난 교수진이 우수한 학생을 잘 가르쳐 사회에 배출하고, 졸업생이 각계에 자리잡아야 대학의 브랜드가 올라가는데, 이중 어느 것 하나 만만하지 않다. 교수진에 대해 넬슨은 박사학위를 받고 아직 자리잡지 못했거나 은퇴했지만 이전처럼 가르칠 수 있는 교수들이 많다고 말한다. 넬슨은 주로 해외의 수재를 입할시킬 생각이다. 그는 “하버드 등 명문대학은 자격을 갖춘 학생 중 일부만 받아들인다“며 “전세계 중산층이 미국 교육을 받고 싶어 한다”고 설명한다.
넬슨은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대학이 사고력을 키워주는 걸 등한시한다고 생각해, 학생위원회 회장을 맡아 21살 때 프리셉토리얼(preceptorials)이라는, 아직도 인기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 프리셉토리얼은 소규모로 단기에 진행되는 세미나다. 그가 대학생 때 품은 대학 혁신의 구상이 현실에서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