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권용민 기자]# 김정대(가명·55)씨는 2004년 부모님을 모시고 살기 위해 당시 살던 집의 전세금과 퇴직금을 합쳐 서울 서초구 반포 경남아파트(전용면적 131㎡)를 6억9000만원에 매입했다. 이 아파트는 10여년 만에 12억원으로 5억1000만원 올랐다. 은퇴 후 지방으로 이사를 가기 위해 집을 처분한 김씨는 양도소득세가 당초 예상한 260여만원이 아닌 700여만원에 달한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세법이 개정되면서 장기보유공제율이 연 6%로 낮아진 영향이다. 김씨는 "집 한채 갖고 10년을 살았는데 양도소득세를 이렇게 많이 내야 한다니 황당하다"고 하소연했다.
1가구 1주택자가 집을 장기간 보유할 때 적용되는 장기보유특별공제가 기존 최고 80%에서 60%로 축소된다. 또 농업·축산업·임업 등 이외 다른 분야에서 연 3700만원 이상의 소득이 발생하면 자경농지 양도소득세 감면 기간에서 제외된다.
기획재정부는 8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13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과도한 공제율을 정상화하고 조세회피를 방지하는 등 양도소득세를 합리적으로 개선한다는 취지다.
기획부 관계자는 "'원칙에 입각한 세제의 정상화'를 위해 세법개정안을 마련했다"면서 "비과세·감면 정비,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해 세원투명성이 높아지고 안정적인 세입기반이 확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집 한 채를 장기간 보유한 실수요자들에게 주어지는 혜택이 축소돼 부동산 경기에 찬물일 끼얹는 등 세원 확보보다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9억원을 초과하는 집 한 채 만을 소유한 사람이 집을 팔 때 주어지는 장기보유특별공제율이 기존 연 8%, 최대 80%(10년일 경우)에서 연 6%, 최대 60%(10년)로 축소된다.
투기가 아닌 실거주 목적으로 집을 구입해 장기간 거주한 사람도 기존보다 집을 팔 때 양도 차익에 대한 세금이 증가하는 것이다. 이 법은 오는 2015년 1월1일부터 적용된다.
또 양도소득세를 차후에 납부할 수 있도록 한 '이월과세' 대상도 명확해 진다. 현재는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으로부터 증여 받은 자산을 5년 내에 처분할 경우 이월과세 적용 대상이 된다.
하지만 이월과세를 적용받아 1가구 1주택자가 돼 비과세 혜택을 받는 경우가 있어서 조세회피 논란이 있었다. 이에 증여 받은 사람이 이월과세 적용으로 인해 1가구 1주택자 비과세를 적용받을 경우는 내년부터 제외토록 했다.
이와 함께 근로소득 또는 사업소득(농업·축산업·임업 제외)이 연간 3700만원 이상일 경우 8년 자경농지 양도소득세 감면 기간에서 제외된다. 현재는 소득 여부에 관계 없이 8년 동안 자경을 했다는 사실만 입증하면 양도소득세를 면제해주고 있다.
기재부가 이 같은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지만 농가 소득 향상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장려하고 있는 정책에 역행하는 것이며, 농지 매각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농지 취득 자체를 엄격하게 하고 있는 데다 양도소득세 감면 기준까지 강화되면 농지 매각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세원 확보라는 득보다 현장에 있는 농민들에게 실이 더 많은 정책"이라고 말했다.
개정안에는 또 영농조합법인 등 현물출자시 양도소득세가 면제되는 대상이 4년 이상 재촌·자경한 농지 또는 촌지로 강화된다. 농지대토 양도소득세 감면 요건도 4년 이상 종전 농지소재지에 거주·정착했을 때로 강화된다.
정부는 양도소득세를 합리적으로 개선했다고 하지만 형평성 논란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투기 목적 없이 장기간 집 한 채만을 보유한 사람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면서 "9억원을 약간 초과하는 주택들은 거래가격을 낮춰서 신고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
권용민 기자 festy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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