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보건당국이 허가받을 때 제출한 유산균 균주와 다른 것을 사용한 정장제 '락테올'과 제네릭(복제약) 56개 품목을 잠정 판매 중지했다.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으나, 보건당국은 이들 제품에 대해 특별 재평가를 실시하기로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유산균 정장제 가운데 동화약품의 락테올(틴달화 락토바실루스 아시도필루스)과 모든 복제약을 판매 중단하고 특별 재평가를 실시한다고 8일 밝혔다. 이는 '급성설사'에 효과·효능을 가졌다고 허가된 락테올이 지난 1988년 품목 허가를 받을 때 제출한 틴달화 아시도필루스 균주가 아니라 같은 락토바실루스 속의 다른 균 2종(퍼멘텀·델브뤼키)의 혼합물을 사용한 데 따른 조치다.
특히 동화약품은 2005년 프랑스 원개발사로부터 유산균 규격 변경 등을 통보받고도 변경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식약처는 설명했다. 당시 프랑스 원개발사는 허가받은 정보와 실제 원료의 균종이 다른 사실을 파악하고 자국 내 허가 정보를 변경한 뒤 국내 판권을 가진 동화약품에 이를 통보했으나, 동화약품이 아무런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무영 식약처 의약품안전국장은 "프랑스는 별도의 균종 변경이 아니라 단순 명칭 변경으로 보고 2005년 이를 수용했고 효능도 같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2005년 10월 이를 통보받고도 후속 조처를 하지 않은 동화약품은 주요 성분의 변경 등은 정부 변경을 통해 하기로 한 제조업자 준수사항을 어겼다. 이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로부터 허가받은 급성설사 등의 효능·효과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된 복제약들도 대거 문제가 됐다. 국내 제약사들이 공개된 허가 정보에 따라 1992년부터 락토바실루스 아시도필루스로 복제약을 만들었기 때문. 의도치 않게 10여년 동안 오리지널 제품과 다른 복제약을 공급했던 셈이다.
현재 복제약은 56개 품목(44곳 제약사)이 허가를 받아 이 중 '에시플과립'(JW중외신약), '락토큐과립'(일동제약), '락토페디과립'(삼아제약), '바이틴캅셀'(명문제약) 등 32개 제품이 생산·판매되고 있다.
이에 식약처는 락테올 뿐만 아니라 복제약 등 총 57개 품목을 잠정 판매 중지·회수하고 특별 재평가를 실시하기로 했다. 특히 원료 규격 변경 등을 프랑스 원개발사로부터 통보받고도 변경신고를 하지 않은 동화약품에는 락테올 제조업무정지 6개월 처분을 내리고 사법당국에 고발할 방침이다.
식약처는 아울러 재발 방지를 위해 유산균 제제의 허가 과정에서 균종 입증 자료 등을 제출하도록 '의약품의 품목허가신고·심사 규정'을 개정하기로 했다. 또 모든 유산균종에 대해 확인시험법(PCR)을 추가, 정기적으로 유산균종을 확인해 품질관리를 강화하고, 국내·외 허가사항을 5년마다 평가하는 '주기적 품목갱신제'도 운영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유무영 국장은 "해당 유산균이 현재 건강기능식품과 식품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등 안전성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면서 "급성설사 등의 증상으로 락테올 복제약을 사용하는 경우 의·약사와 상담을 거쳐 일반 지사제나 다른 유산균 제제를 복용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박혜정 기자 par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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