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저히'→'상당히' 부당지원 요건 완화
총수일가 부당이익 제공금지 규정 신설
[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정부가 6일 오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결·공포한 법안 가운데는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가맹사업거래법, 표시광고법 등 경제민주화 관련 4개 법안이 포함됐다. 표시광고법은 3개월 이후부터,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등은 6개월 이후인 내년 2월부터 시행된다.
공정거래법의 주요 개정 사항은 부당지원행위의 성립 요건을 완화한 것이다. '현저히' 유리한 지원행위를 규제하던 것을 '상당히'유리한 조건으로 거래를 지원하는 것으로 기준을 낮춰 규제의 폭을 넓힌 것이다. 또 총수일가 등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이익 제공 금지 규정도 신설됐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총수 일가가 부당하게 기업을 상속하는 등의 행위를 막기 위한 법안이다.
개정된 법에서는 적용 대상이 되는 총수일가의 지분율이나 자산 기준은 정해지지 않았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대상이 되는 기업은 '자산총액'이 일정규모 이상이어야 하고, '총수일가 지분'이 대통령령에서 정한 비율 이상인 계열사와 거래할 때로 규정하고 있다.
현재 유력하게 검토되는 대안은 자산기준 5조원, 총수일가 지분 30%다. 이 경우 200여개 기업이 법 적용 대상이 된다. 만약 정부가 '경제활성화'에 더 무게를 두고 지분율을 높인다면 적용 대상 기업은 더 줄어든다. 상대적으로 경제민주화라는 입법 취지는 퇴색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공정거래법과 같이 의결·공포되는 하도급법에는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부당한 특약을 설정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이 담겼다. 이 법에도 역시 부당특약의 유형, 보증기관의 지급보증금 지급 보류 사유 및 기간 등을 세부사항은 시행령을 통해 정하도록 설계됐다. '경제민주화'라는 법 개정 취지를 완성은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시행령 세부 기준은 현재 논의중이며, 확정되지 않았다"라면서 "내년 2월 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시점까지 시행령을 완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시행령이다. 개정된 법안 내용 가운데 세부적인 내용은 대통령령으로 규정하도록 하면서 시행령 개정을 두고 정부와 재계간의 또 한번의 기싸움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경제활성화'에 집중해 시행령을 개정한다면 개정한 법안들은 허울뿐인 경제민주화법으로 전락하고 만다.
세종=이윤재 기자 gal-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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