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기업 자율공시에 소극적..주가 영향력도 미미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정부의 '착한기업' 새 척도인 가족친화인증 공시제도가 용두사미에 그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보니 인증을 받은 기업들조차 공시에 소극적으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여성가족부는 지난달 29일부터 한국거래소의 공시규정 시행세칙에 상장법인의 가족친화 경영정보도 자율공시 대상에 포함토록했다. 가족친화인증이란 '가족친화 사회환경 조성 촉진에 관한 법률' 제 15조에 따라 기업 또는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인증제도다. 현재까지 가족인증을 받은 누적기업 수는 253개에 이른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은 육아휴직, 출산축하금 등 '여성인력 배려'를 골자로 한 가족친화경영 사실을 통해 '가족친화경영' 인증을 받은 내용을 공시했다. 롯데쇼핑은 친환경어린이집 운영과 자율적인 연차 휴무 문화, 포스코는 사내 어린이집(총 4개소, 360면 수용), 출산장려금 지급 등을 공시항목에 적시했다.
하지만 기업 호응도는 높지 않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가족친화인증 사실을 공시한 상장사는 지난 5일까지 총 10개사(포스코, 경동가스, SK이노베이션, 한독, 롯데쇼핑, 아시아나항공, 신세계푸드, 서울가스, 한솔홈데코, 대성산업)에 불과하다. 인증을 받은 전체 상장사 34개사의 30%가 채 안된다. 자율공시인데다 투자 민감도가 떨어지는 내용이라 기업들이 소극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가족친화인증 공시의 주가 영향력도 크지 않았다. 실제로 장 중 가족친화인증 사실을 공시한 5개사의 당일 평균 주가수익률은 0.8%, 장 종료후 공시한 4개사의 다음날 주가수익률은 -0.16%에 그쳤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가족친화인증 사실은 비재무적인 요소기 때문에 기업들부터가 공시로 인한 장점이 크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녹색성장을 슬로건으로 제시했던 MB정부 당시 '녹색' 공시가 자율공시 항목에 들어갔지만 무용했던 것처럼 박근혜정부의 가족친화 슬로건 또한 큰 역할을 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러한 점을 이유로 들어 당초 거래소에서는 인증을 자율공시항목에 넣는 것을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여성가족부는 아직 제도 시행 초기인데다 제도의 취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숙자 여성가족부 가족정책과장은 "근로자의 복지를 생각하는 기업은 재무적으로 건전한 기업이며, 우수한 인재를 붙들어 줄수 있어 성장가능성이 높다"면서 "공시가 투자자에게 이 기업이 투자할만한 가치를 가진 지속성장기업인지 알려준다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족친화인증 역시 필요한 정보사항"이라고 말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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