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3일 오후 5시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던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민주당 천막당사에 모여있던 민주당원들은 일제히 “국정원을 박살내자”란 구호와 함께 청계광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휴가철이라 참가 인원이 적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국민보고대회가 시작되기 1시간 전부터 이미 경찰 추산 1500여명의 시민이 청계광장에 집결해있었다.
휴가철 보통 텅 비어있는 청계광장은 민주당의 국민보고대회가 시작된 오후 6시에는 이미 발딛을 틈도 없이 사람으로 가득찼다. 곳곳에는 민주당 시·도당 깃발들과 지방자치단체 깃발들로 빼곡했다. 청계광장이 시작되는 소라탑부터 무대가 까마득히 안보이는 모전교까지 주최측 추산 1만 5000여명(경찰추산 3000여명)의 시민들이 일제히 촛불을 들었다.
민주당이 주최한 국민보고대회와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국회의’가 주최한 5차 범국민 대회는 분리는 되어 있었지만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촛불집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7시 4분께 민주당의 국민보고대회와 연계하지 않으려고 시국회의 주최 측은 민주당 시·도당 깃발들과 지방자치단체 깃발들을 내려줄 것을 요구했다. 민주당 깃발이 내려가고 시국회의 측에 포함된 284개 시민단체의 깃발이 곳곳에 섰지만 시민들의 이탈은 없었다. 민주당 지도부와 당원들 역시 무대 아래에 내려와 바닥에 앉아 집회 자리를 지켰다.
국민보고대회와 촛불집회는 형식도 비슷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대국민 연설 뿐만 아니라 다양한 행사도 함께 진행됐다. 하얀 티셔츠에 청바지로 맞춰입은 민주당 여성의원 10여 명이 무대 위에 올라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민주당의 김현·진선미 의원을 비롯해 박영선, 이미경, 전순옥, 최민희, 남윤인순 의원 등 이 나와 ‘아침이슬’, ‘일어나’, ‘상록수’를 불렀다. 이 노래들은 지난 6월부터 진행된 촛불문화제에서 단골로 나왔던 노래들이다.
MBC 뉴스데스크를 패러디한 ‘민주데스크’에는 예전 뉴스데스크의 앵커였던 신경민 최고위원과 역시 MBC 기자 출신인 박영선 의원이 함께 참여했다. 신경민 의원은 '민주 클로징멘트'에서 "민주를 살릴 수 있는 의사는 단 하나, 눈 밝고 귀 밝은 시민들뿐"이라면서 "민주를 당당히 일으켜 세워달라"고 호소했다.
민주당은 하지만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대선 불복' 프레임에 엮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극도로 조심하는 분위기였다. 대선 불복을 암시하는 어떤 구호도 나오지 않게 하라는 김 대표의 지시에 따라 국정원 개혁 등의 메시지로만 손팻말을 만들었다.
그러나 시민단체 촛불집회에서는 '박근혜 OUT' 등 박 대통령의 퇴진과 대선 불복을 암시하는 손팻말이 등장했고 일부 시민은 "박근혜 하야하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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