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류현진이 데뷔 시즌 10승을 달성했다.
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 주 시카고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2013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의 원정경기다. 선발투수로 등판, 5.1이닝을 2실점으로 막았다. 11안타를 허용했으나 볼넷 없이 삼진 6개를 유도, 타선이 3회 가져온 리드를 잘 지켰다.
평균자책점이 종전 3.14에서 3.15로 소폭 올랐으나 류현진은 팀의 6-2 승리로 후반기 세 차례 등판을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21경기 만에 시즌 10승 고지도 밟았다. 클레이튼 커쇼(10승 6패 평균자책점 1.87)에 이은 팀 내 두 번째 안착이다. 그 사이 지난달 7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 출발한 다저스의 원정 연승 기록은 12경기로 늘었다. 이는 1942년 수립한 최다 기록과 타이다.
의미 깊은 승리는 타자친화 구장, 동부 원정, 시차 등의 어려움을 모두 극복하고 이룰 수 있었다. 처음 방문한 리그에서 손꼽히는 타자친화 구장이다. 득점에 대한 파크 팩터(Park Factor)가 1.267로 가장 높다. 0.835로 최하위인 다저스타디움과 크게 상반된다. 류현진은 컨디션 조절에서도 애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3000km 이상을 이동한데다 다른 시차 속에 경기를 치러야 했다.
예상대로 류현진은 초반부터 고전을 거듭했다. 1회 데이비드 데헤수스와 주니어 레이크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 무사 1, 2루의 위기를 맞았다. 특유 땅볼 유도로 점수를 내주진 않았다. 시속 80마일의 슬라이더로 앤서니 리조를 유격수 앞 병살타로 유도했고, 시속 90마일의 패스트볼로 웰링턴 카스티요 역시 유격수 앞 땅볼로 처리했다.
류현진은 2회 첫 실점을 기록했다. 스칼린 카스트로와 코디 랜섬을 각각 유격수 직선타와 루킹 삼진으로 잡았으나 콜 질라스피에와 다윈 바니에게 연속 2루타를 맞았다. 투수 트래비스 우드를 삼진으로 돌려세워 추가 실점을 남기진 않았다.
3회는 비교적 순조롭게 넘어갔다. 1사에서 레이크에게 다시 한 번 안타를 맞았으나 후속 타선을 뜬공과 삼진으로 처리했다. 류현진은 4회 질라스피에에게 적시 2루타를 허용, 추가 점수를 헌납했다. 선두타자 카스트로의 2루타로 맞은 1사 2루 위기에서 초구로 던진 시속 88마일의 패스트볼을 통타당했다. 바니와 대타 네이트 슈어홀츠를 모두 2루수 앞 땅볼로 유도해 더 이상의 실점은 없었다.
위기는 5회에도 찾아왔다. 레이크와 카스티요에게 안타를 맞아 순식간에 2사 1, 3루에 놓였다. 류현진은 난관을 체인지업으로 돌파했다. 후속 카스트로와의 맞대결에서 시속 70마일 중후반대의 체인지업을 내리 4개 던져 우익수 뜬공으로 이끌었다.
비교적 적은 투구 수로 오른 6회는 팀 동료 J.P 하웰의 역투 덕에 무사히 넘겼다. 1사에서 질라스피에와 바니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마운드를 내려왔으나 바통을 넘겨받은 하웰이 데헤수스를 2루수 앞 병살타로 유도했다.
위기에서의 놀라운 집중력에 행운까지 따르며 류현진은 한국인 메이저리거 최초로 데뷔 시즌 10승을 이뤘다. 다저스 신인투수가 데뷔 시즌 10승을 따낸 건 2002년 일본인 투수 이시이 가즈히사(14승) 이후 11년만이다. 아시아선수로는 1995년 노모 히데오(다저스 13승), 2002년 이시이, 2007년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 레드삭스 15승), 2012년 다르빗슈 유(텍사스 레인저스 16승), 2012년 천웨인(볼티모어 오리올스 12승)에 이어 여섯 번째.
금자탑은 다시 한 번 리글리필드에서 세워졌다. 구장은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에게 약속의 땅이나 다름없다. 특히 박찬호는 1914년 개장한 이 곳에서 데뷔 첫 승(1996년)과 시즌 첫 10승(1997년)을 모두 이뤘다.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코리안 특급’의 발자취에 성큼 다가간 류현진. “찬호 형을 뛰어넘고 싶다”고 밝힌 ‘괴물’의 도전은 이제 본격적인 막을 올린다.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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