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최근 몇 달 동안 아시아 채권시장에 냉기가 돌고 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양적완화의 '단계적 축소'라는 말을 처음 꺼낸 이후 아시아에서 채권 거래가 사실상 중단된 탓이다.
영국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버냉키 의장이 지난 5월 양적완화의 단계적 축소 운운해 글로벌 채권시장을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다"며 "특히 아시아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아시아의 월간 정크본드 거래 규모는 지난 5월 37억달러(약 4조1125억원)에서 6월 1억7600만달러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투자등급 채권 거래 규모도 절반 넘게 줄었다.
올해 채권시장에서 물량을 주도했던 중국 기업들은 최근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 버냉키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에 대해 발언한 지난 5월 22일 이후 중국 기업이 달러화나 유로화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한 것은 한 건도 없다.
이는 중국 기업에 국한된 게 아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지난 4월 30억달러 규모의 10년 만기 국채를 발행하면서 지급한 쿠폰금리는 3.5%로 역대 최저였다. 그러나 10억달러 상당의 10년물 국채를 다시 발행한 2주 전 수익률은 5.45%로 급등했다.
채권형펀드의 자금흐름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펀드자금 시장조사업체 EPFR에 따르면 지난달 신흥시장 채권형펀드에서 기록적인 자금 유출이 발생했다. 아시아 채권형펀드(일본 제외)의 자금흐름을 보면 버냉키 의장의 발언 이후 1주만에 4억달러나 빠져나갔다. 지난 6월부터 채권형 펀드의 주간 자금 유입량은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유동성 경색이 아시아 채권 수요의 발목을 잡았다.
바클레이스은행의 켄 웨이 웡 아시아 채권 인수 담당 사장에 따르면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2주 사이 아시아 채권시장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연진 기자 gyj@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