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최근 방출한 아네우리 로드리게스의 대체 외국인선수로 26일 에스마일린 카리다드를 데려왔다. 그간 삼성이 데려온 외국인선수의 이름값을 감안하면 다소 의아한 영입이다. 카리다드를 택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예상된다. ▲프로야구 외국인선수의 수준이 최근 크게 오르고 그 눈높이를 충족시키는 선수들의 몸값이 폭등했단 점 ▲빅 네임의 외국인선수 없이도 한국시리즈 3연패를 달성할 수 있단 자신감이다.
카리다드는 어떤 선수?
대부분의 중남미 선수들은 만 16세에서 19세 사이에 메이저리그 구단과 입단 계약을 맺는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카리다드는 중남미 출신으로는 다소 늦은 만 23세에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첫 발을 뗀 곳도 미국이나 캐나다가 아니었다. 도미니카에 위치한 히로시마 도요카프 야구아카데미였다.
히로시마는 일본 프로야구의 대표적인 스몰마켓 구단이다. 1980년대부터 외국인선수 영입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는데 중남미에 설립한 야구아카데미는 그 대표적인 시도였다. 비싼 돈을 지불하고 메이저리그 선수를 사오는 것보다 직접 선수를 발굴해 육성하겠단 전략이었다. 히로시마는 빅리거를 대거 배출한 도미니카를 주목했다. 1990년 6억 엔을 들여 야구장 4면, 실내훈련장, 합숙시설 등을 갖춘 야구아카데미를 건립했다.
애초 예상과 달리 유망주 확보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자금력, 정보력 등에서 빅리그 구단(30개 구단 가운데 28개 구단이 도미니카에서 야구아카데미 운영)과 빅리그 스타들이 설립한 사설 야구아카데미를 넘어서지 못했다. 알폰소 소리아노(뉴욕 양키스)와 같은 선수를 발굴하기도 했으나 좋은 인연으로 발전하진 못했다. 히로시마 야구아카데미의 문을 두들긴 선수의 대부분은 메이저리그 방출선수나 미계약자다. 만 20세를 넘겨 ‘노망주’ 취급을 받는 선수들이 주를 이룬다고 할 수 있다.
1983년생의 카리다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적잖은 나이와 부실한 체격조건(178cm, 67kg)으로 빅리그 구단의 관심 밖 선수였다. 히로시마는 야구 열정과 강한 어깨에 주목, 2007년 그를 일본으로 데려왔다.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1군 2경기에서 0.2이닝을 던지는데 머물렀다. 2군에선 31이닝을 던져 1승 2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4.06을 남겼다. 히로시마는 그해 겨울 카리다드를 방출했다.
이후 카리다드를 주목한 건 시카고 컵스였다. 일본에서의 부진 원인을 기량미달이 아닌 야구문화 적응 실패로 여겼다. 24세의 적잖은 나이에도 계약금으로 17만5천 달러를 내놓은 이유다. 컵스는 카리다드를 중간계투가 아닌 선발투수로 기용했다. 2년 만에 마이너리그 테스트를 통과한 카리다드는 2009년 8월 11일 빅리그 데뷔의 감격을 맛봤다. 마이너리그에서 보인 호투는 빅리그에서도 이어졌다. 14경기에서 19.1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1.40을 기록했다. 비결은 직구에 있었다. 시속 148~156km에 이르는 빠른 스피드에 궤적이 싱커성을 띄었다. 카리다드는 빅리그 콜 업 이후 평균 149.3km의 직구 구속을 보였다. 그 구종가치(Pitch Value)는 5.3이나 됐다.
승승장구는 이듬해 스프링캠프에서도 계속됐다. 12번의 시범경기에서 14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0.00을 남겼다. 개막전 로스터에 이름을 올린 건 당연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팔꿈치 통증과 팔목 염좌로 부상자명단에 올랐고, 무려 123일을 전력에서 이탈했다. 컵스는 이듬해 기대를 접지 않았으나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부상후유증에 시달린 카리다드는 마이너리그 더블A 테네시에서 치른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7.00으로 부진했다. 트리플A 아이오와에선 26경기에 등판해 3승 2패 평균자책점 8.27을 남겼다. 7월 5일에는 팔꿈치 통증으로 76일간 부상자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잇단 부진에 컵스는 카리다드를 쿼드러플A 선수로 분류했다. 카리다드는 지난해 아이오와에서 65.1이닝 동안 1승 4패 65탈삼진 평균자책점 3.03을 남기며 부활하는 듯 했다. 그러나 올 시즌 3승 3패 평균자책점 5.02를 기록하는데 그쳤고, 지난 26일자로 끝내 방출됐다.
카리다드는 작은 체구지만 넓은 스트라이드와 빠른 팔 스윙으로 강속구를 던진다. 탈삼진은 구위에 비해 적은 편이다. 트리플A에서 5년 동안 9이닝 당 탈삼진(K/9) 7.95개를 기록했다. 원인으로는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9이닝 당 볼넷허용(BB/9)이 4.02개에 이를 만큼 제구가 엉망이었단 점과 ▲직구와 변화구 구사에서 팔 스윙, 팔 높이 등이 큰 차이를 보였단 점이다. 카리다드는 슬러브성 궤적의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던지는데 두 구종의 위력은 그간 평균 이하로 평가됐다. 팔 스윙 속도로 구종 파악이 가능한 투구버릇(쿠세)까지 보여 타자들의 게스히팅에 걸려들기 쉽단 견해가 얼마 전까지 주를 이뤘다.
프로야구 적응에 물음표가 붙는 기량은 하나 더 있다. 다소 높은 BB/9이다. 지난해 3.99를 남기며 안정을 찾는 듯 했으나 올해 5.65개를 남겼다. 장기간 시달린 팔꿈치 부상 탓에 최대 강점인 직구 구속도 내리막을 걷고 있다. 카리다드의 마이너리그 투구를 지켜본 스카우트들은 평균 구속이 145km를 밑돈다고 입을 모은다. 줄어드는 구속과 잦은 부상, 확연하게 드러나는 투구버릇 등을 감안할 때 ‘성공시대’를 맞이할 확률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김성훈 해외야구 통신원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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