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어제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을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1차 안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재검토 지시를 내린 후 다시 만든 2차 안이자 사실상 정부의 최종안이다. 1차 안은 금융소비자보호처를 금융감독원 안에 놔두고 그 독립성만 강화하게 돼 있었으나, 이번 2차 안은 금소처를 금감원에서 떼어 내어 별도의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설치하게 돼 있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진전된 조치임에도 민주당 등 야당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들이 즉각 반대의견을 밝히고 나섰다. 금융정책 기능과 금융감독 기능이 혼재된 기존 금융위 조직을 놔둔 채 금소원을 신설하는 것만으로는 금융소비자 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금융위의 금융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넘기고, 금융위는 금감원과 함께 금융감독 기능만 갖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불과 넉 달 전에 정부조직 개편을 실시했는데 또다시 정부조직에 손대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업계에서는 금감원의 감독에 더해 금소원의 감독도 받게 되는 데 대해 이중부담이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에 비추어 이번 정부안이 그대로 순탄하게 국회 입법과정을 거쳐 법제화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민주당은 애초에 정부조직 개편의 가능성도 열어 놓고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을 작성하는 일을 정부에 맡기기로 한 지난 3월 여야 간 합의를 상기시키고 있다. 이번 안은 정부조직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작성됐으므로 합의 위반이라는 것이다.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의 분리까지 포함한 금융감독체계의 근본적 개편을 위해 정부조직을 바꿔야 한다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 민주당의 입장이다.
결국 공은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2008년 키코 사태나 2011년 저축은행 사태와 같은 일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금융정책, 금융감독, 금융소비자 보호'의 3각 분립체제가 바람직하다는 데 많은 전문가가 동의하고 있다. 그런데 금융감독체계는 나라마다 다르며 보편타당한 하나의 정답만 있는 것도 아니다. 어느 정도는 사회적 합의와 정치적 타협이 요구된다. 여야 정치권은 정부안을 토대로 깊이 있는 논의와 합리적인 수정ㆍ보완을 통해 올가을 정기국회에서는 금융감독체계 개편 입법을 마무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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